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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정책과 농지은행사업의 허와 실
지난 1일부터 농림부는 농지 소유자가 농지은행(농업기반공사)에 위탁하면 전업농 등에게 임대해주는 ‘농지임대수탁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영 위기에 처한 농가의 농지를 매입해 부채를 갚게 하고 그 농지를 다시 매각 농가에 임대해줘 회생토록 하는 농지은행의 ‘경영회생 지원농지매입사업’을 내년 초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돌이켜 보자.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급격한 농지와 영농인구의 감소가 진행돼 왔다. 국가식량정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그 첫째는 경작면적의 감소다. 지난 1968년에 282만㏊의 농지가 매년 0.7%씩 35년간 감소해 지난 2002년 187만㏊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 때의 식량 자급률이 102.7%라고 한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매년 공공시설·주택·광공업·농어업시설·편법 공장축사 등으로 연간 1만5800㏊씩 감소했으며, 2005년 현재 농지 124만㏊에 경작 면적은 98만㏊로 급감했다.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30~50년 후에는 전체 농지가 80만㏊ 미만으로 급감해 식량자급률이 30~40% 미만으로 추락할 전망이어서 국가 식량정책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셈이다. 둘째, 영농인구의 급감이다. 2002년 말 전체 농가호수 135만4000호에 영농인구는 393만 명에 달했으나, 2005년 현재는 126만4000호에 영농인구 353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90년에 비해 농가의 58% 이상에서 60세 이상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셋째, 농업인 후계자 대책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2000년에 4674명을 육성했으나 2004년에는 1125명으로 급감하고 있어서 농업인 후계자 대책은 실패한 정책이거나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평시 쌀 비축고는 1000만 석이다. 그러나 지난 93년과 95년 두 해의 가뭄과 흉작으로 비축고가 165만석으로 곤두박질쳤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올해도 쌀 생산량이 3315만석으로 지난해에 비해 4.5%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소요량 600만 톤에 생산량이 불과 300만 톤도 안 돼 식량 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북한의 실정을 감안해 장래 남북한 통일을 지향하는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 식량정책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 하에서 지난 1일 농림부가 발표한 ‘농지은행’ 정책은 환영할 만한 일이며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농지은행의 농지 수탁사업은 그동안 질병·징집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농지 임대가 금지돼 너무 경직된 제도라는 지적이 있었던 점을 보완해 지난 7월에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전업농의 규모화’ 촉진을 위해 농지 임대차 규정이 개정됐다. 농지은행제도 세행을 위한 ‘농업기반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달 중 국회에 입법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난 7월부터 농지거래 및 매물 등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해 주는 농지포털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으며, 이달부터 시행되는 농지임대수탁사업이 그동안의 농지시장의 불안정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농지은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농지임대수탁사업이 전업농의 경영 규모 확대로 이어져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농지 소유자가 농지은행(농업기반공사)에 위탁을 신청하면 전업농 위주로 임차인을 선정한 뒤 위탁자와 농지은행 간에 임대 수·위탁을 체결하고, 공사는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농지은행은 계약기간 동안 당해 농지를 임대관리하고 임차인으로부터 임차료를 징수해 수탁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을 위탁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에 첫째, 기존의 개인 간에 임대차는 1년을 넘지 못하도록 됐으나 5년 이상 장기 임대가 가능해 지며 둘째,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전업농의 규모화가 촉진돼 안정적 영농이 가능해질 수 있고, 8·31부동산 대책 이후 도시 자금의 새로운 탈출로로서 도시민의 농지매입으로 영농화가 가능해 질 수 있으며 셋째, 도시민이 농지를 매입해 농지은행에 위탁했다가 퇴직 후 노년의 귀향 영농 준비를 위한 길이 트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넷째, 투기지역 외의 지역에는 비 농업인도 300평 이하 취득이 가능해져 장래 영농 희망자에게 농지 취득의 길을 터놓은 점 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농림부의 농지은행사업은, 경영난에 봉착했던 농가의 농지를 정부가 매입해 그 매매 대금으로 농가부채를 정리토록 기회를 주고, 매입한 농지를 다시 그 농가에 임대를 주어서 점진적으로 부채와 경영난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일정기간 뒤에 정상화가 됐을 때 다시 농지를 원 소유자가 환매할 수 있는 보장을 해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장밋빛 정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부채 투성이의 우리나라 농가가 꼭 소규모 영농이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땀 흘려 생산해 낸 농산물의 판매 가격이 유통시장의 굴절과 농산물 가격 안정정책의 부재로 인해, 부채금융비+직간접시설비+노동력+비료·농약 비용 등의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국가사회적 환경에 기인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생산과 유통판매시장의 구조와 가격안정정책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그동안 헤어날 수 없는 농가의 (-) 생산성 구조 가운데 어떻게 임차 농가가 영농 수입으로 임차 수수료를 내고, 농가의 가계 경영을 해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한 면밀한 대책과 방안이 준비되지 못한다면 자칫, 장밋빛 정책의 이면에 농지은행(농업기반공사)이 중간 수·위탁 수수료로 배만 불리는 형상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가회생과 농지의 효율적 관리’라는 거시적 슬로건에 비해 합리적 실현가능성에 밀도가 낮아 보인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의 좀 더 면밀한 숙고와 합리적 대안 마련을 주문한다.

허성호대기자

허성호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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