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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수엔 우리 삶의 데이터가 숨어 있다"재주목 받는 WBE, 하수처리장 유입수 내 코로나19 확인
‘하수 역학’ 활용한 환경 감시 및 보건감시체계 접근 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사진출처=ECDC(유럽질병관리본부)>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WBE(Wastewater-Based Epidemiology, 생활하수 기반 역학)가 다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하수의 발생 정보가 보건감시체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거다.

지난 2015년, ‘하수처리장 원수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내 한 연구결과가 이목을 끌었다. 부산 등 5개 도시 하수처리장을 대상한 분석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이 발견된 것이다. 하수 기반 역학의 공식적인 국내 첫 사례였으나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랬던 하수 역학이 다시금 주목받는 배경은 여러 매체와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하수에도 흔적을 남긴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업계는 “하수 속에는 삶의 데이터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하수 속에도 흔적 있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무증상감염이 가능하다는 거다. 또 다른 하나는 분변에서 검출된다는 점이다.

Sci. Total Environ(2020)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20℃ 조건의 대변에서 3일, 분뇨에서는 17일 생존할 수 있다. 중국군사의학과학원 북경미생물전염병연구소는 성인의 대변에서는 2~6시간, 아동의 대변에서는 최대 48시간 생존했으며 성인 소변 속에서는 72시간, 아동의 소변에서는 96시간 생존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생활 속 하수에도 충분히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된 국내의 유의미한 결과도 있다.

김성표 고려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 확산이 한창이던 대구시 소재의 8개 하수처리장 1차침전지 샘플을 채취,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그 결과, 1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김 교수는 “하수처리장 슬러지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토대로 보면, 축적된 상태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면서 “유입되는 원수와 슬러지까지도 병행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수를 통해 그 지역이나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생활 하수에는 삶의 데이터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보건감시체계에 WBE를 적극 활용 중이다. 미국의 물연구재단(Water Research Foundation, WRF)은 올해 초부터 학자들 간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의 유전적 지문에 대한 환경 감시’라는 주제로 지난 5월21일에는 의회 브리핑을 가지기도 했다.

또 미국 콜롬비아 대학은 뉴욕 하수처리장을 분석해 “해당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하수 내 바이러스 유전적 시그널이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뒤처진 한국

프랑스도 의학분야전문지 MedRxiv를 통해 “파리의 주요 하수처리장 유입수 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유전자 신호가 증가함에 따라 사망률 또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실 WBE의 개념이 국내에 새로운 건 아니다. 지난 2015년, 하수처리장 샘플에서 마약 성분을 확인해보는 연구가 진행됐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보건감시체계에 하수 역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마약은 대게 마약 사범 검거나 압수에서 확인되는 양을 제외하고, 실제 얼마나 쓰이는 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불법마약을 찾는 과정에서 사용량을 추정키 위한 대안으로 해외에선 WBE가 전부터 활용되고 있다. 관련 논문만 해도 1000여편에 이른다.

하수 속 검출 농도와 유량을 통해 그 지역에서의 발생을 예측하는 이 방식은 특히 호주에서 널리 쓰인다. 2017년부터 Australian Criminal Intelligence Commission 주도로 WBE를 이용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관련 보고서도 꾸준히 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앞서 中山市 22개 하수처리장 분석 결과가 공안 당국 조사에 활용된다는 내용이 현지 매체 南方日报(남방일보)에 보도된 바 있다.

오정은 부산대학교 교수는 “이전 연구를 통해 국내 하수에서도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마약류 사용 패턴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수를 단지 처리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 기반의 보건 측면에서 중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행정 단초될까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타고 WBE의 활용 필요성에 관한 여론이 확산하고 있으나 실제 적용까지는 또 다른 문제다.

국내 하수처리장 수질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COD(화학적산소요구량), SS(부유물질), TN(총질소), TP(총인), 총 대장균이라는 분석 항목으로 관리 중이다. 감염성 바이러스까지 볼 수 있는 ‘정밀 분석’하고는 거리가 멀다.

현재로선 수질기준 체계를 세분화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년 간의 데이터 축적이 전제될 요소다. ‘하수처리’와 ‘역학조사’를 각각 맡고 있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난한 문제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하수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주제로 지난 11월5일 열린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2020 공동학술발표회에서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제시됐다.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행 감염병예방법을 언급하며 “제7조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고 있고, 제18조 2에는 ‘역학조사의 요청’ 근거도 있다”라며 “환경부 차원의 검토 전 보건복지부에서 미리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체계로도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시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업계 정보에 따르면, 전국의 10만톤 규모 이상 하수처리장(57여개) 내 마약류(20여종) 성분 분석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내년 상반기 나올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WBE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과를 토대로 정기적 모니터링을 위한 방향이 결정될 거라는 전망이다.

과연 변화의 목소리가 과학과 증거 기반 행정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반짝 관심에 그칠까. 앞으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성표 교수는 “우리 부처 일이 아니다 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국민공감을 얻고 새로운 걸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하수에는 삶의 질과 방식이 포함돼 있다”고 당부했다.

김성표 고려대학교 교수는 "실질적으로 국민공감을 얻고 새로운 걸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수 역학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한국물환경학회>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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