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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시대와 그린인프라 ①]
0.5℃ 남은 임계점···대전환 마지막 기회
기후위기·환경재난에 맞설 근본적인 대책 필요
화석연료를 태워서 초래한 기후변화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을 여섯 번째 대멸종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지구 시민들은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올 때면 환경과 경제를 연결해 돌파구로 이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줄곧 기후위기를 외면하던 국제사회의 침묵을 깼다.

국제연합(UN)은 지난해 5월 기후위기 심각성을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를 향해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완전한 재앙이 펼쳐질 것”이라며 “점진적이 아닌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이 같은 경고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미국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고,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5)는 국제 탄소시장 이행규칙(COP24 미타결 사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지난해 12월 말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가 최초 보고된 지 반년 만에 전 세계는 유례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세계 각국은 머리를 맞대고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때 눈에 띈 정책이 그린뉴딜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탄소 감축에 미온적인 정부

한국 정부도 지난 7월 일자리 창출과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총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65만90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 계획 등도 담았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긴급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높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올해 연말까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수립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둔 채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상황도 꼬집었다. 그린뉴딜을 실행하면서 공항건설을 계획하고,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공적자금을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그린뉴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온실가스 1229만t을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으로 7억1100만t이다. 게다가 목표가 없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기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의 그린뉴딜이 ‘녹색 경기부양책’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제는 인프라야, 바보야”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글로벌 그린뉴딜’ 1장 제목이다. 리프킨에 따르면 ‘죽어 가는 화석연료 중심의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서 스마트 녹색 탄소 제로 3차 산업혁명 인프라로의 전환’이 바로 그린뉴딜의 핵심이다.

리프킨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상업용·주거용·산업용 건축물과 시설에 설치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태양력·풍력 전기를 원동력으로 삼는 재생에너지 인터넷 ▷녹색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연료전지 자율주행차량 기반 운송 및 물류 인터넷이 상호작용하며, 인프라가 구축되는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총체적인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한계비용과 폐품을 재활용하는 한계비용을 낮춰 사회·경제체계 전반을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리프킨은 또 현재 많은 도시나 지방 정부가 태양광·풍력 설비, 전기 자동차·수소 연료전지 버스, 친환경 인증 건축물, 재활용 프로그램 등 큰 규모의 녹색 ‘파일럿 프로젝트’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서로 따로 노는 ‘단절된 사일로(silo)식 이니셔티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녹색 인프라를 상업과 사회생활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부속물로 보기 때문인데, 리프킨은 새로운 정치체의 필수 불가결한 ‘확장체’는 언제나 새로운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3차 산업혁명에서 녹색 인프라가 빠지면 결국 따로 노는 노력으로 끝난다는 지적이다.

유럽·미국 탈탄소 인프라 구축에 앞장

최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정치·경제·사회·환경 전반을 그린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그린뉴딜 정책에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기후 대응의 중요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7500억 유로(약 8260억 달러)에 달하는 ‘그린딜’ 사업비의 25%를 기후 대응 사업에 할당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건축물 개조, 청정에너지, 전기자동차 보급,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년간 2조 달러(한화 약 200조원)를 투자해 인프라와 에너지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의 최종 목표는 궁극적으로 인프라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 당장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바꾸는 것만이 자연과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체계 중앙집중형→지역분산형으로 전환

우리는 현재 화석연료 문명 시대의 종말에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판 그린뉴딜은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 성장 논리에 매달려 내연기관차 퇴출과 석탄발전 중단 등 탈탄소사회 전환이라 불릴만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체계에 대한 개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신산업은 대부분 분산형 에너지 및 에너지 수요관리 인프라와 관련돼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구조를 지역주도·분산형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차 산업혁명 인프라 구조는 1·2차 산업혁명과는 확연히 다르다. 중앙집중형·하향식이 아니라 분산형·상향식이고,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에 갇히지 않고, 투명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어떤 공간을 오픈하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소통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다.

따라서 그린뉴딜 정책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창출과 기후위기 대응으로 이어지려면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 문명을 끝내고, 사회·경제 전반에서 탈탄소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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