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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밀폐된 실내,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코로나19 다 잡을 수 있을까?김태성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나노과학기술원)
김태성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환경일보]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를, 어떻게 보면 조금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인지혁명을 통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의사소통·사고방식을 갖게 됐고, 농업혁명으로 풍부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종교·화폐경제·제국주의가 등장해 인류의 통합이 진행되면서 더욱 발전했고,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과학혁명에서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이에 따른 산업혁명으로 불과 2세기 만에 폭발적인 진보를 이룰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 진보가 모든 면에서 인류에게 유익한 건 아닐 것이다. 과학혁명만 보더라도 인류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는 핵무기의 개발,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윤리문제와 그 위험성,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은 미세먼지라는 위협을 가져왔고, 최근 인류의 건강에 대한 악영향 등으로 인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들이 의무화되면서 인류의 발전속도를 늦추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았는데,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경제활동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올해는 미세먼지 문제가 예년보다 많이 줄었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코로나19가 미세먼지보다도 더 강력한 지구의 수호천사가 되고 있다. 인류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경제활동은 회복되고, 다시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현재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미세먼지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불행하게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우리는 미세먼지, 코로나19와 동시에 싸워야 하는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세먼지와 코로나19는 둘 다 쉬운 상대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호흡해야만 하는 공기 중에 존재하고, 공기와 같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우리는 밀폐된 실내에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표면 접촉을 통해서도 전파가 되지만, 인간이 호흡할 때 나오는 비말에 포함돼 공기 중으로도 전파가 된다. 이러한 공기 중 전파를 막으려면 실외에서는 거리두기만 잘 하면 되지만, 실내에서는 거리두기에 더해 적절한 환기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주거공간은 창문을 활용한 자연환기를 하는데,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낮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연환기를 할 때 실내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여름과 겨울에는 냉난방 비용 때문에 자연환기의 횟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실내에서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코로나19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물론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기 위해 가끔 환기를 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와 코로나19를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공기청정 및 온습도 제어가 가능한 강제환기장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설치 및 에너지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처방안은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공기청정기는 0.3μm 입자를 99.97%의 효율로 포집하는 고성능 헤파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제거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의 비말에 포함돼 있는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의 크기는 0.1에서 0.2μm이나 비말의 크기가 대부분 1μm 이상이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헤파필터에 상당히 높은 효율로 포집된다. 헤파필터의 표면에 포집된 바이러스의 생존 여부는 연구가 더 필요한데, 이와 상관없이 한번 포집되면 재비산되기 힘들기 때문에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를 실내 공기로부터 제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팀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공기청정기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더 크다는 결론을 도출했는데, 공기청정기의 배출구 주변에서 비말이 발생하는 경우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공기청정기는 코로나19의 확산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9월에 한림의대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팀이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간당 6회 정도 공기를 완전히 정화시킬 수 있는 공기청정기라면 코로나19를 실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공기청정기는 CA인증을 받을 때 반드시 CADR(Clean Air Delivery Rate)을 측정한다. CADR의 단위는 1㎥/min로 분당 공급할 수 있는 청정공기의 체적이다. 소형공기청정기는 0.6에서 1.6㎥/min, 일반 공기청정기는 1.6에서 15㎥/min, 중형 및 학교용 공기청정기는 15에서 25㎥/min의 CADR값을 갖는다. 전용면적 59㎡(공급면적 ~25평) 아파트의 경우 천정높이가 2.4m라면 체적이 141.6㎥이다. 같은 체적을 갖는 공기를 시간당 6회 이상 정화시키려면 최소한 14.16㎥/min의 CADR을 갖는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실내공간의 체적에 따라 적절한 CADR을 갖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실내에서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코로나19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우리의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다양한 변종바이러스가 출현해 인류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동시에 상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앞서 설명한 대로 한 가지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밀폐된 실내에서 그래도 청정한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호흡의 결과물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가끔 환기를 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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