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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명줄 움켜쥔 ‘임의탈퇴’ 개선 시급구단의 일방적 권리 보장, 선수들에게는 ‘무기징역’이나 다름 없어

[환경일보] 여자프로배구 선수가 세상을 등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프로스포츠계에 만연해있던 ‘임의탈퇴’ 제도의 폐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제도는 선수에 대한 구단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내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도입한 제도적 안전장치이다.

하지만 선수에 대한 임의탈퇴 지정을 구단이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지정에 대한 세부 기준과 그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선수들에겐 가장 무거운 징계로 인식되고 있다.

구단의 권리만 보장하는 제도가 아닌 악용의 폐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동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로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리그 모두 임의탈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그별 세부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구단에서 선수에 대한 임의탈퇴 공시를 리그에 요청하고, 리그의 승인 절차를 거쳐 공시된다.

국내 프로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리그 모두 임의탈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리그 중 가장 자세하게 내용을 담고 있는 야구의 경우 ➀선수가 참가활동기간 또는 보류기간 중 선수계약의 해지를 소속구단에 신청하고 구단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선수계약이 해지된 경우 ➁선수가 선수계약의 존속 또는 갱신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돼 구단이 선수계약을 해지한 경우 ➂ 제59조 제2항 제1호에 의해 보류기간이 종료한 경우 ➃기타 KBO 규약에 의해 임의탈퇴선수로 신분이 변경된 경우 등 4가지 경우에 구단은 해당 선수에 대한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할 수 있다.

프로축구는 보유선수가 제반규정 또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을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이다.

또한 남자 프로농구는 선수가 계약 기간 중 특별한 사유로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없어 소속 구단에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신청하여 구단이 승인한 경우이며, 여자 프로농구는 선수가 계약 기간 중 소속 구단에 대해 계약 해제를 신청하고 구단이 승인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프로배구는 선수가 계약 및 제반 규정을 위반 또는 이행하지 않아 계약의 유지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경우 구단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임의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

각 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구단의 공시 요구가 타당한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 없이 공시가 가능하다.

또한, 제도의 형평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동안 임의탈퇴가 가능하다는 세부적인 내용도 없다.

프로스포츠 前 관계자는 김예지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임의탈퇴는 공시를 요청한 구단에서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속된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는 무기징역과도 같다”며 기간 명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6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최근 5년간 프로스포츠 선수 임의탈퇴 총 113건에 대한 사유를 살펴보면 ▷은퇴 70건 ▷이적 20건 ▷해외진출 4건 ▷법적문제 8건 ▷부상 4건 ▷훈련거부/팀이탈 4건 ▷개인사유 3건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훈련거부 등은 선수단 운영에 관한 내부 규정에 따라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가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임의탈퇴는 징계 선상에서 가장 강력한 징계로 구단이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 임의탈퇴 공시 요청이 가능한지 그 기준이 자세히 명시돼야 한다”며 세부 기준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스포츠는 특성상 독점산업으로 인정받는 산업이다. 프로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프로스포츠 리그들이 반독점법에 저촉된다며 법적 소송을 당하는 사례들도 있지만, 리그전을 펼쳐야 하는 특성에 근거해 프로스포츠는 하나의 구성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특성을 인정받는다.

이에 일반 산업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불공정한 제도(드래프트, 샐러리캡 등)들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임의탈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만 도입하고 있는 로컬룰로 과거 프로축구 이천수 선수의 임의탈퇴 처분에 대해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구단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김예지 의원은 “구단과 선수 관계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구단 운영예산의 50% 이상을 선수단 인건비에 투자하는 구단들에게는 선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그 선상에서 임의탈퇴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제도가 우리나라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이 보장받는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근로 조건(제32조)에서 자유로운지는 의문이 든다. 구단의 권리보장을 위해 선수의 권리가 묵살되지 않도록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동안 임의탈퇴가 가능하다는 세부적인 내용, 구단의 임의탈퇴 요청 시 선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단의 공시 요구가 타당한지 확인하는 절차 마련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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