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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와 ‘감히’국회의원이 가장 크게 화를 내는 사유 ‘괘씸죄’

[환경일보]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연세 지긋한 71세의 공영홈표핑 대표님께서 20대 국회의원에게 “어이”라고 말해 큰 화제가 됐다.

소속 정당인 정의당은 “류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전체를 낮잡아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71세의 공영대표는 문제가 불거지자 진솔하게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감탄 조사’라고 둘러대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젊다 못해 ‘어린’ 취급을 받는 청년 국회의원조차 이런 취급을 받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젊은이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대우와 갑질을 당하고 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런데, 이 문제를 반대로 생각해보자. 70대의 국회의원이 20대인 증인에게 ‘어이’라고 말했다면 이처럼 큰 화제가 됐을까?

그동안 보여준 국회의 모습과 언론의 관행을 생각하면 기사화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70대와 20대, 국회의원과 증인이라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절대 갑인 고령의 국회의원이 나이 어린 증인에게 말 좀 함부로 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것일까? 국회의원이고, 나이가 많으면 증인에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국민이 준 권력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큰 죄는 ‘괘씸죄’라는 말이 있다. 국정감사든 상임위든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이 국회의원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진다.

어디서 ‘감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함부로 말하느냐며 분노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지 기사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번 국감에서도 국민의 세금을 횡령하고,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친인척이라며 봐주고, 엉터리 사업에 혈세를 낭비하는 등 각종 비리가 쏟아졌다.

어떤 국회의원은 진심으로 분노해서 따져 물었고, 어떤 국회의원은 보좌관이 만들어준 질의서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대부분 국회의원들의 공통점은 증인에게 무례하다는 것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업무보고를 하게 돼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한다.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욕먹는 게 달가운 공무원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렇게라도 좀 봐달라며 입에 발린 말을 한다.

반면 증인의 인사에 “안녕하세요, 국회의원 아무개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국회의원은 딱 한 명 봤다.

국회의원들은 서로에게만 “존경하는 아무개 의원님”이라며 금칠하기 바쁠 뿐, 증인을 마치 종처럼 부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면, 공무원은 국민의 종복이라 불린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은 “공무원은 국민의 종복이니까 종처럼 대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례하게 대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에게 ‘괘씸죄’가 국민을 기만하고 혈세를 낭비한 공무원에 대한 분노인지 ‘감히’ 높으신 분에게 극경의 예를 갖추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편집국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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