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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톡] 일상이 된 재난, 환경정의를 묻다
고정근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기후위기와 맞물린 불평등 문제···정의로운 전환 이뤄야”
“미래세대 환경권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절실”

[서울=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때 이른 폭염, 장마, 태풍에 쪽방촌 주민들은 삼중고 속 혹독한 여름을 났다. 게다가 긴 장마와 태풍으로 농수산물 수급이 어려워진 탓에 식품물가 상승률이 급등했다. 잦은 기상이변과 평균기온의 상승은 기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는 불평등하다. 약한 고리를 강타하고, 취약계층을 먼저 쓰러뜨린다. 빈곤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더 큰 타격을 받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논의도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라는 두 축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성찰할 때다. 고정근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사회경제 체제변화를 통해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구온난화·환경오염·불평등 심화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취약계층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경정의, 즉 정의로운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취약계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사진출처=그린피스>

사회 약자는 기후변화를 포함해 환경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가스검침원, 농촌의 이주노동자, 건설노동자 등 야외노동자는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된다. 또 어린이, 임산부, 어르신, 기저 질환자 등 민감한 인구집단은 일반 사람과 같은 환경오염에 노출되더라도 그 영향이 더욱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위험으로 똑같이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지위에 따라 회복력에 큰 차이를 보인다.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는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는지,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양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지 등 다양한 요인이 회복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위험 취약성은 생물학적 민감성, 위험 노출의 불평등, 위험 대응·회복력 차이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대체로 우리 사회 약자, 취약계층에 집중돼있다.

기후위기로 조명된 ‘환경불평등’ 또는 ‘환경정의’는 어떤 의미인가.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이 시급하다. <사진출처=그린피스>

우리나라는 지난해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을 통해 환경정의 이념을 반영했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 말하는 환경정의는 환경 혜택과 부담의 공평한 분배, 법류 및 정책 수립·시행 시 모든 국민의 실질적 참여와 환경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절차적 정의, 환경오염 또는 환경 훼손에 대한 공평한 책임과 구제에 대한 교정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기후위기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의 위험에 있어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전 지구적으로 보면 현세대 내에서도 선진국과 제3세계, 같은 국가 내에서도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에서 분배적 정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환경위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이와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어떠한 의사결정에서도 참여가 배제돼 있어 절차적 정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은.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6월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할 사회를 위해 21대 국회가 시급히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사진제공=기후위기비상행동>

방향은 분명하다. 부정의한 것을 정의롭게, 또는 덜 부정의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분배적 정의 측면에서 보면, 사회 약자의 과중한 환경위험 부담이나 환경 혜택의 결핍을 세밀하게 포착해 이를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고 새롭지 않은 주장이지만, 현실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장난개발로 인한 지역 거주민의 환경피해 문제는 최근 4~5년간 주요 환경정의 이슈 중 하나였지만, 뚜렷한 문제해결 방안을 못 찾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있다면.

지난해 9월 기후결석시위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정부의 즉각적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약 600명 이상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우선 환경부담이 과중한 지역을 찾기 위해서는 환경정의 평가체계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환경부담 지역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기후위기 영향을 받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환경권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또 유럽 경제위원회에서 만든 국제 환경 조약인 오르후스 협약 체결을 통해 환경정보의 접근과 이용 권리, 환경 의사결정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 환경 사법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지금이라도 화석연료 기반으로 이뤄진 체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탄소 제로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완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바로 그린뉴딜인데, 현재의 그린뉴딜에는 탄소 제로 사회로 가는 방향성이 빠져 있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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