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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후투티, 땅을 잃은 추장 새의 슬픔
하늘을 잊은 철새들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 발견된 후투티의 모습 <사진제공=이주창 학생기자>

[그린기자단=환경일보] 이주창 학생기자 = 화려한 머리 깃은 나의 상징, 내 이름은 후투티, 길고 화려한 머리 깃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추장이 하는 장식처럼 보여 ‘추장 새’라는 별명을 가진 후투티는 개성적인 외모로 인기가 많은 종이다.

후투티는 분류학적으로 1종 1과 1목, 전 세계에 한 종밖에 존재하지 않아 학술적 연구가치가 크다. 외모처럼 생태 또한 개성 넘친다.

후투티는 먹이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새끼의 자질을 보고 더 건강한 개체에게 먹이를 투자한다. 이는 위험한 환경에서 후손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종이다. 이러한 판단력과 새끼에게 하루에 약 200번 먹이를 물어다 주는 후투티의 모성은 ‘추장’이라는 별명이 더욱 어울리게 한다.

갈 곳을 잃은 추장

후투티는 외모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슬픈 역사마저 닮아 관련 학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원래 후투티는 여름철 우리나라 중부에 방문하는 여름새인데 최근 남부지방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철새의 텃새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후투티는 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 위험이 낮은 ‘관심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개체군 규모의 급속한 감소를 확인, 더 이상 종 보존이 안전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개체 수 감소의 원인 역시 텃새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가 유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하늘을 잊은 철새들

텃새화가 진행되고 있는 철새는 후투티만이 아니다. 도시화와 지구온난화는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따뜻한 서식처를 제공했다. 그 결과 알을 낳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져 많은 철새들이 하늘을 잊고 살게 됐다. 철새들의 텃새화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학계에서는 텃새화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철새들의 텃새화는 생태계 불균형과 함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뤄진 남한강 조사 결과, 철새인 민물 가마우지가 남한강에 텃새로 정착하면서 생태계가 급속도로 균형을 잃고 있음이 확인됐으며 10톤에 가까운 어획량 감소가 일어났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물닭과 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의 텃새화로 벼농사에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텃새화는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문제도 있다. 2017년에는 텃새화된 철새가 AI를 옮겨 전북 전역이 비상사태가 됐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동림 저수지 인근 농장에 철새가 날아오기 전부터 AI가 발생한 것인데 지난봄에 떠나지 않고 남은 오리류의 분변에서 AI가 전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텃새화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음과 동시에 역병으로 고통받았던 것을 생각나게 한다.

추장 새인 후투티와 함께 철새들의 텃새화는 많은 부분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슬픈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개척은 원주민들의 터전을 뺐었고 인류의 자연 개척은 철새들의 터전을 바꿔 놓았다. 원주민들의 빼앗긴 터전은 슬픈 역사이다. 하지만 철새들의 텃새화는 역사가 아닌 진행 중인 사건이다. 즉,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이다.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다. 따르거나 되풀이해서는 안 될 나쁜 본보기라는 뜻이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나 과거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텃새화의 원인이 인류의 영향인 것이 명백한 만큼 우리의 노력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음 역시 명백하다. 우리의 노력은 먼 미래에도 철새들이 넓은 하늘을 나는 법을 기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장 새 또한 슬픈 역사의 상징이 되지 않도록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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