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피플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2020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330마리 코끼리의 죽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남세균 지구 역사상 최초 광합성 생물 원인 지목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동아프리카 사바나의 물웅덩이에서 발견된 녹조. 녹조를 발생시키는 생물은 ‘남세균(Cyanobacteria)이다. <사진=Hiren Ranpara>

[그린기자단=환경일보] 김이현 학생기자 =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 세계 동물 애호가와 환경보전 단체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중남부 보츠와나는 세계 최대 개체수인 13만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의 서식지이다. 보츠와나에서 2달에 걸쳐 330마리 코끼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사한 것이다.

범인은 바로 남세균

코끼리들이 떼죽음을 당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여러 달이 걸렸다. 초기 밀렵꾼 행각일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코끼리 밀렵 목적인 상아가 그대로 있었다는 점에서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지난 9월 보츠와나 야생동물부의 시릴 타올로(Cyril Taolo) 부국장은 “코끼리의 이번 죽음은 인간 개입과 연관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약 2달의 짧은 기간 동안 발생한, 330마리에 달하는 코끼리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보츠와나 야생동물부의 수의학 부서를 이끌고 있는 마디 루벤(Mmadi Reuben) 박사에 따르면, 원인은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이다. 남세균으로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역사상 최초 광합성 생물이다.

35억년 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남세균이 없었다면, 지구 대기는 산소가 부족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풍부한 생물권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한 ’네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지금까지도 지구 산소의 50% 이상을 만들어내는 고마운 존재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지구 생태계에서 남세균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며, 진화생물학적 의의도 크다. 이와 동시에 녹조의 원인이기도 하다. 수질오염과 인공적인 댐 건설로 인해 녹조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남세균은 날로 ‘해로운 생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의 중요도가 무색하게 ‘유해 조류’, ‘녹조의 원흉’등 생태계 파괴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남세균은 물 속 영양이 풍부한 담수에 주로 서식한다. 유속이 빠른 개천에 비해 저수지에 녹조 현상이 쉽게 일어나는 것이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했을 때, 우기에 내린 비가 한 곳에 고여 있는 사바나의 물웅덩이는 남세균 번식에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츠와나에서 올해 발생한 코끼리의 떼죽음을 녹조가 발생한 강에서 물고기가 죽는 것과 동일시한다면 오산이다. 물고기가 죽는 것은 남세균의 과잉 번식으로 물 속 산소가 줄어들어 발생한다. 그에 비해, 이번 사건은 산소 부족이 아닌 독성 물질이 원인이다.

남세균에 의한 독성 물질이 코끼리 폐사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분명 중요한 발견이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너무 많다. 앞서 루벤 박사가 지적했듯, 왜 같은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신 많은 생물종 중 코끼리만 죽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많은 양의 물을 마시고 물속에서 목욕하기를 좋아하는 코끼리의 습성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논쟁의 대상이다. 영국 구호단체 니알 맥칸(Niall McCann) National Park Rescue 자연보호국장 박사는, “남세균이 물에서 발견됐다고 사건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녹조, 기후변화에 대한 또 하나의 경고

보츠와나에서 올해 발생한 사건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독성 녹조가 퍼지는 것은 보츠와나만의 일이 아니다.

ISSHA(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Study of Harmful Algae)에 따르면 2018년에 보고된 독성 녹조는 세계적으로 300건에 달했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의 도시 털리도(Toledo)에서는 녹조가 인해 100마리의 매너티와 589마리의 바다거북을 비롯한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갔다.

시민들 또한 3일간 수도를 사용하지 못해 도시 전체가 비상사태에 돌입하는 등 큰 불편함이 있었다. 2015년 카자흐스탄에서 20만 마리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을 때도 남세균의 일종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유해 녹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널드 앤더슨 국장은 “유해 녹조가 주요한 국제 이슈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폐사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은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까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가속화되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봉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대한건설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
[포토]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학술발표회 개최
[포토]최병암 산림청 차장,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준공식 참석
[포토] ‘제2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 개최
수원에서 첫 얼음 관측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