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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⑨]
모두를 위해 쓰레기 없는 하루
9월6일 자원순환의 날 “자연환경이 가장 소중한 자원”
태국 환경단체 Trash Hero는 매주 수요일마다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활동을 펼친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나는 지난해 여름 친구가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태국 꼬창 섬의 왓클롱손 초등학교에 강의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Trash Hero팀을 만났다. Trash Hero는 태국의 환경단체로 전국에서 약 8만명이 매주 수요일에 플로깅을 한다. 플로깅(plogging)이란 스웨덴어 플로카업(plokka upp, 줍는다)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그들이 플로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날은 Trash Hero가 되어 커다란 봉투를 어깨에 메고, 해변에서 아름다운 달리기를 했다.

이후 나는 섬을 나와 북쪽 빠이 마을로 향했다. 태국인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가 바로 빠이 마을이라고 한다. 빠이 마을은 느리게 사는 공정여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국의 북쪽 도시 치앙마이에서 762개의 굽은 산길 136km를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야 비로소 빠이를 만날 수 있다. 빠이는 태국인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자 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다.

태국인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빠이 마을은 느리게 사는 공정여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온천과 캐년, 숲속의 사원, 넓게 뻗은 논과 딸기밭, 농장과 함께하는 커피숍, 신나는 라이브 카페, 수공예품을 만드는 예술가들 그리고 야시장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소수민족의 공연은 세계 여행자들을 붙잡을 만하다. 실제로 많은 여행자가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마을 남쪽의 캐년을 찾는다.

20여년 전 빠이에는 고산족들이 물물교환하고 있었다. 이때 마을에는 잠시 스치는 유랑자들만 다녀갈 뿐, 여행자를 위한 숙소조차 없었다고 한다. 히피 성향의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점점 빠이로 모여들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도 점점 늘어났으며, 재산권 마찰이 시작됐다. 그러나 원주민과 이주민 약 2300명 모두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뭉쳤다. 주민들은 리조트를 마을에서 떨어진 외곽에 지었다.

빠이 마을의 농부들은 달팽이와 반딧불 등을 보존하기 위해 농약 사용을 줄였다. 어느 날 밤엔 호롱불을 든 야간 투어 가이드에게 “왜 손전등을 사용하지 않나요?” 물어보니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적인 방법이 아니라서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연환경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빠이 마을 야시장에선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며, 일회용컵이 아닌 대나무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야시장의 가게들은 보통 오후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친환경 상품을 만들고, 일회용컵이 아닌 대나무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처음 구매할 때는 대나무컵 보증금을 포함해 1000원을 낸다. 이후에 컵을 챙겨 재방문하면 300원에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 대나무컵은 마을의 상징이자 여행자의 기념품이 됐다. 빠이 리퍼블릭은 느리게 가는 엽서를 보내기 위해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어 이제는 마을의 명소가 됐다. 빠이 주민들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에서 I와 A의 순서를 바꿔 유토빠이(UTOPAI)라 부른다.

스튜디오 포엠의 예술가 문트리(Moontree)는 여행자들에게 “코끼리 바지만 사지 말고, 마을의 수공예품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취미로 여행자들의 셔츠에 초상화도 그려 드립니다. 당신들이 여행 또는 이곳에서의 고요함과 진정한 쉼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부탁의 말을 전한다.

캐년을 가는 길에 있는 컨테이너 하우스

캐년을 가는 길에 전망이 아름답게 펼쳐진 컨테이너 하우스에 누웠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저자인 노동효는 “숲과 폭포, 온천과 강, 논과 딸기밭으로 둘러싸인 빠이에서 홍대 거리의 분위기를 느꼈다. 다양하고 조화로운 빠이는 오래된 홍대 골목이자, 제주도의 분위기를 닮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평온하던 빠이에도 대위기가 찾아 왔다.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762개 굽은 길 대신에 직선 터널을 뚫자! 치앙마이 도시와 1시간대로 가까워지면 현대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라며 개발을 유혹하는 토건업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느린 삶을 추구했던 빠이 주민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며 저항했다. 태국 국왕도 힘을 보탰고, 결국 토건업자들은 두 손을 들었다.

야시장에서 3R숍을 운영하는 누이스(Nuis). 이곳 상점에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한다.

야시장에서 3R숍을 운영하는 누이스(Nuis)는 “간판을 달면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나는 더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내 시간이 정작 줄어들게 된다. 나는 고양이 쿤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3R(Reduce 폐기물의 감량화, Reuse 재사용, Recycle 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이용하는 것이 나와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누이스의 상점에선 한국에서 넘어온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에코백과 치약 튜브로 만든 동전 지갑을 만나볼 수 있다.

누이스의 상점에선 비닐봉지 대신 택배용 뽁뽁이나 포장비닐을 수거한 뒤 끈을 매달아 물건을 담아준다. 또한, 여행자들은 아트숍 빠이의 몬타리(Montalee) 작가가 판화로 만든 기념품인 에코백으로 비닐봉지를 대신한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씨엔 갤러리의 사카우(Sakaw) 작가는 고사리와 꽃잎을 말려 붙인 엽서와 코끼리똥 공책을 전시·판매한다.

환경교사모임은 온라인 수업으로 노 플라스틱(no plastic)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의 개발과 플라스틱의 습격도 막아선 사람들, 자신의 집이 지구 공동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빠이 마을의 중심에는 농경을 바탕으로 한 자급자족 광합성의 지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태국 정부는 미세 플라스틱, 캡씰,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지난해 금지했다. 올해는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도 금지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학교 중학생들과 플라스틱 히어로팀을 만들어 학교에서 플로깅을 시작했고, 광화문광장에서 캠페인도 펼쳤다. 그리고 지금 환경교사모임에선 노 플라스틱(no plastic) 챌린지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9월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환경부와 한국폐기물협회가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9년 제정했다. 우리 함께 현재와 미래세대 그리고 지구를 생각하며 쓰레기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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