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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막연한 울림을 그리다신은섭 화백 22번째 개인전, ‘Pine-tree 올려보기’…66점 전시
역경에도 변하지 않는 절개 한반도의 굳은 기상 화폭에 담아
신은섭 화백 <사진=김봉운 기자>

[금보성아트센터=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예술은 인간의 서명이다. 그래서 미술작품으로서 서명은 독창적이어야 하며, 새로워야 한다. 그 점에서 신은섭의 서명인 소나무 그림들은 충분히 볼만한 이유와 새로움이 있다.”(김종근 미술평론가가)

미술작품은 순간을 기록하는 시각이미지로 삶의 여러 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작가가 보는 세상의 시각적 공간을 작품에 투영해 현실과 공상을 넘나들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

또, 단지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며 다양한 감각을 작가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미술작품은 영혼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 이번에 22번째 개인전시전을 기획한 신은섭 화백은 한지와 먹이라는 수묵 재료로 시선을 아래에서 올려보는 색다른 양각의 시선을 통해 관람객과 함께 호흡한다.

소나무와 빛이 어우러진 풍경을 화폭에 담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생활에서 보이는 풍경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상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걸 실감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자연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여러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소개된다.

신은섭 화백의 작품 <사진=김봉운 기자>

신 화백은 자연, 그중에서도 소나무와 빛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동양화에서 드문 소나무와 빛을 극적으로 조화시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매료시킨다.

특히 그의 기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통 화가들이 옆에서 혹은 위에서 내려보는 부감법의 화폭을 포착한다. 하지만 신 화백은 반대로 밑에서 위를 올려다본 앙각의 시선으로 올려보기의 소나무를 포착한다.

이러한 기법에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엄청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시선의 혁명이나 동양화의 시각적 반란임은 틀림없다”라며 “이러한 내면에는 동양적 자연관인 자연에 대한 겸허한 시선과 낮춤의 미학이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보통 대부분의 작품은 낮은 곳에서 물체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신은섭 화풍의 앙각 기법은 ‘살바도르 달리’의 내려 본 그림처럼 참신해 일반적인 작품과 차이를 만든다.

신 화백은 처음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색’을 꼽는다. 다른 작가들과 겹치지 않는 소재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가만의 구도다. 신 화백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나무를 올려다보는 순간이 바로 휴식”이라며, “소나무를 보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소나무는 삶의 기본이자 전부다.

작품 속 변화가 만드는 진화

소나무가 좋아 소나무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세월이 어느덧 인생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처음 소나무로 작품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소나무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과 소나무, 소나무와 빛, 소나무와 개미, 소나무와 한반도 등 요소요소에서 작품의 변화를 주고 있다.

신 화백은 소나무와 땅 그리고 뿌리가 얽힌 모습을 통해 한반도의 산 지형을 힘있게 작품에 표현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이에 신 화백은 “어느 날 작업을 마치고 뭔지 모르는 허전함이 찾아왔다. 작은 기둥 속 개미를 채워 넣으면서 작품에 변화를 줬는데, 이후 작품을 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화백의 작품은 그저 소나무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모든 조화를 작품에 투영하면서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수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아와 인식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소나무는 세월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다. 소나무의 묵직하고 여유로운 모습에 새로운 구상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의 원동력이다. 그는 “4계절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 그리고 뜨거운 태양 등 악조건 속에서도 소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서 있다”며, “모든 걸 포용하는 여유로운 소나무처럼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해 전보다 편하게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하면서 작가의 삶도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신은섭 화백은 삶의 기본이자 전부가 된 소나무에 대해 “산등성이 바위로 뒤덮여있는 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도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면서 삶의 끈질긴 면을 보여주는 반면, 평지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품에 안으려는 듯 하늘로 쭉쭉 뻗는 소나무의 기백과 강인함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품 활동 이외의 소나무 사랑

누구보다 소나무를 사랑하는 신 화백은 소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기(國旗)와 국가(國歌), 국화(國花)는 있지만, 국목은 별도로 없는 실정이다.

소나무를 국목으로 지정하기 위한 결의안이 발의되고 토론회도 이어졌지만, 실제 지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 화백은 여전히 소나무의 국목 지정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하지만 각종 개발로 인한 남벌, 재선충병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신 화백은 이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해외 많은 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병해충으로 지정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재선충병 방제에 실패할 경우 일본과 같이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끝으로 신 작가는 “음양오행설에 근거하면, 우리나라의 성질은 나무와 가깝다. 그중 푸른색이 좋다고 해 고려시대 공민왕 시기에 원나라의 외세를 물리치고 백성의 평안을 위해 파란색 옷을 장려하고 사철 푸른 소나무를 더욱 많이 식재했다”며, “이후 소나무가 절개와 장수를 나타내고 한반도의 굳은 기상을 상징하는 나무로 국민과 함께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 소나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역경을 딛고 다시 굳게 설 수 있는 기원이 담겼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소나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상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 16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사진=김봉운 기자>

한편 이번 전시전은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진행되며, 5호 소품부터 200호 대형 작품 66여점과 소나무 외 작가의 뛰어난 수묵담채 풍경화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6월17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인천광역시 계양구청 1층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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