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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서정시의 드라마, 민선홍 작가[서양화가 김중식이 만난 뻔FUN한 예술가 ㉕] 민선홍 작가
Drama happiness1613M (110x110cm) Mixed media ADAGP

[환경일보] 한국의 색이라 할 수 있는 오방색은 우주와 인간 질서를 상징한다. 만물의 음양에 따라 생장 소멸하고, 오행 상호 간의 작용으로 길흉화복이 얽히는 음양오행 사상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우주적 기운을 담고 있는 오방색을 이용한 조각보, 색동의 의미 또한 미래에 대한 행복을 나타내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동양의 화려하면서도 감성적인 오방색의 향연 위로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양귀비꽃의 형태는 우주적 존재로서 자유로운 자아의 상징이다.

전통문양과 오방색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들은 미래에 대한 행복으로 기호화된다. 기호화된 동양의 색 위에 입체적인 양귀비꽃을 사랑의 기호로써 마치 대기 속을 부유하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화면 안에 띄운다. 이것은 내면에 있는 생동감을 입체적으로 부착해 표현함으로써 존재의 의미와 무한한 생명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Drama meaning 201501M (80x100cm) Mixed media 2016 ADAGP

작품 안에서의 오방색은 우주의 기운생동을 나타내는 신비의 색이다. 단순한 조형미로 표현된 동양적 색과 구성이 조각보라는 형식 안에 녹아들어 삶이라는 구도에 형성되는 관계 속에서 사랑의 기쁨과 환희, 삶의 지혜를 암시한다.

Drama_meaning과 Drama-Happiness 시리즈는 무수한 삶의 이야기 속 나 자신과 인연의 유기적 관계를 함축한다. 현재와 미래에 존재하는 사랑의 매개체로서 영원한 사랑과 행복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감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 희망,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욱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삶을 이루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제작했다. <작가노트 중에서>

Drama happiness 1614M (60x60cm) Mixed media 2016 ADAGP

색면 위로 피어난 존재의 꽃. 화폭 위로 비정형의 꽃송이 하나가 꿈결같이 둥실 떠 있다. 자투리 비단 조각으로 이어 만든 조각보인 듯, 오방색의 색면은 바느질하는 여인의 언뜻 내비친 회한과 설렘, 기다림으로 뜨개질 돼 우아한 외출을 기다린다.

드라마(drama). 민선홍 작가는 자신의 회화를 이렇게 불렀다. ▷알력이 생기는 원인을 제시하는 제1막 ▷충돌과 분규의 제2막 ▷모순의 극한에서 해소로 향하는 제3막으로 이뤄진 구조는 갈등이란 그 자신의 분열을 통해 평화로운 결말에 도달한다는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Drama happiness 1601M (80x80cm) Mixed media 2016 ADAGP

그러나 화면들은 ‘드라마틱’ 하다기보다는 절제와 겸양, 아취(雅趣)의 잔향을 풍기는 ‘정적인’ 서정시에 가깝다. 모순과 충돌로 붉어진 얼굴을 맞닥뜨리고선 파국으로 치닫기 전 구출된 품격 있는 드라마, 장중한 교향악이라기보다는 실내악 소나타(sonata)로서의 드라마라고 해둘까. 아마 교육공무원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 아래 바른 어린이로 자라왔던 유년시절 교양과 인내, 절제라는 과제가 버거워 내면의 아이를 키웠던지도 모르리라.

그곳에 바느질하는 여인의 삶과 무겁지 않을 만큼의 가벼운 회한이 한땀 한땀 숨결과 호흡하며, 하나의 조각보가 만들어지듯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져있다. 민선홍은 행복했기에 고독했던 그리하여 그림만이 유일한 ‘말’일 수밖에 없었던 연민 어린 유년기를 화폭에 담았다.

Drama meaning 1601M (100x65.1cm) Mixed media 2016 ADAGP

<Drama_meaning>과 <Drama_happiness>라는 명제를 달고 있는 이번 시리즈에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수다쟁이에 가까운 명랑한 소녀가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며 피사체를 멀리 내다보는 조망법이 있다. 내면의 아이로부터 자라난 이 명랑한 소녀는 세계를 보는 눈과 우주의 섭리 같은 것들이 산만하게 떠도는 것이 아닌 놀랍도록 정렬돼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여기서 다사다난한 자연의 변화를 품고 있는 단 하나의 일원론이 드러난다. 수직과 수평의 색, 띠들의 행렬, 어떤 ‘개념’으로의 수렴······. ‘형식’이 되기 이전의 모든 분방한 ‘내용’들은 살짝 비켜선 채로 한 줄기 빛이 지나가면 충분하다는 듯 길을 터주고 있다.

Drama happiness 1615M (60x60cm) Mixed media 2016 ADAGP

<Drama_happiness> 시리즈에서는 더욱 율동적이다. 형형색색 고운 조각보는 (이제는) 형식이 된 그녀의 (과거의) 내용이었으며, 도드라져 보이는 스틸로 된 양귀비꽃의 연주를 받쳐주는 악보이자 선율이 됐다. 수직의 색과 띠는 수평 구조의 캔버스에 세워져 있어 상승과 안정을 교란하고 있다. 민선홍의 작품에서 세로 본능은 가로 본능에 의해 자주 교란된다. ‘직립 인간’은 ‘기어 다니는 인류’의 조상 종으로부터 진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인류학적 학설을 기억해 둬야 할까. 세로의 상승은 가로의 인력(引力)으로 인해 회절(回折) 되는 상태이다. 그것은 서서히 율동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것 전체는 내면의 연주, 그 힘으로 아스라이 세상에 말을 건네는 격조 있는 팡파르이다.

Drama happiness 1612M (145.5x89.4cm) Mixed media ADAGP

민선홍의 색들은 자신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오방색으로 캔버스 가득 조각보를 만들어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감히’ 우주를 욕심냈던 것일까. 마침내 그 화면 위에 솟아오른 양귀비꽃, 온 생의 사랑, 정념, 욕망의 총체였을 그 자신은 정작 색을 잃어버린다. 양귀비꽃의 화려한 색은 캔버스 화면 위로 내려앉아 꽃잎으로 피어난다. 화면에 부착된 은빛 스틸의 그 꽃은 화려한 색 무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 존재를 비워내는 것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의 성장(盛裝)이 화려한 무채색으로 빛나는 것이다.

그가 세상에 악수를 청하고 있다. ‘정적인 서정시의 드라마’라 칭해보았던 이유가 그것이다.

민선홍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소재를 조화롭게 화면 안에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 한국의 색동, 조각보에 나타나는 오방색과 같은 전통적 소재와 스테인리스스틸과 스와로브스키 등의 현대적 소재는 감성과 이성의 경계 혹은 신구(新舊)의 경계 선상에서 서로 조화롭게 공유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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