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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 직전 지구촌 “다자주의 회복해야”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인터뷰
‘제2차 P4G 정상회의’서 국제사회 결속 강화
“미래 토의할 시간 없어··· 지금 행동 나서야”
  •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이채빈 기자
  • 승인 2020.02.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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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문제 인식과 실천 대중화”를 강조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외교부=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다. 미세먼지나 원전사고와 같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위험뿐 아니라 질병과 빈곤, 자연재해와 같은 오래된 위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호주 산불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홍수, 이례적인 폭염, 감염병 증가 등 지구촌이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난에 휩싸이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범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데 이어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COP24 미타결 사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파리협정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만나 국제사회의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전망을 들어봤다. 그는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릴 ‘제2차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준비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탄소시장’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
韓, COP25 중재자 역할 톡톡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사진제공=외교부>

Q. COP25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었나.

A. 이번 총회의 최대 목표는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을 타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규칙을 도출하지 못했다. 개도국은 파리협정 체제로 전환하기에 앞서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재정지원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엄격한 이행규칙 도출을 강조했다. 또 2020년 이전에 발행된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하는 방안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 이중사용을 금지하고, 거래 금액의 일부를 개도국에 지원하는 방안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향후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사국 간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결국 선진국이 중시하는 국제탄소시장 규칙을 비롯해 감축목표의 이행주기를 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통기간과 투명성 체계 보고양식에 관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종료됐다.

Q. 여기서 한국의 역할과 성과는.

A. 우리나라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국제 협상 무대에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따라서 선진국이 조장하는 방법 대신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여지도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소시장과 재원, 손실 및 피해 등 80여 개 의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NDC 다양성과 상응하는 조정에 관한 ‘기타 방법’ 조항을 협상 문서 초안에 반영했다. 아울러 개도국과 선진국 간 갈등이 첨예했던 2020년 이전 온실가스 감축과 재원 지원 공약 이행 관련 문제에 있어서 중재안을 제출해 최종 결정문 도출에도 기여했다.

실질적인 성과도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관련 이행부속기구 부의장과 파리협정 이행준수위원회 위원, 개도국 적응사업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적응기금의 이사진 등 우리 대표단원 중 4명이 각종 선거직에 진출했다. 이는 기후변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돼줄 것이다.

또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의 최초 연락사무소를 한국에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CTCN 사무국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녹색기후기금(GCF)은 인천 송도에 있으니 GCF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차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서울시 등 공무원으로 꾸려졌다. 단장은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맡았다. <사진제공=외교부>

개도국·선진국 ‘윈윈 체제’ 구축해야
‘중견국가’로서 기후변화 대응 책임 다할 것

Q.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미국의 탈퇴에도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모든 당사국은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간 유엔을 포함한 여러 다자협력 기구들은 전 세계의 안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기여해 왔다. 일부 국가의 자국우선주의적 정책으로 다자주의가 위협받는 걸 원치 않는다.

다만 그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보고 결속을 다져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도 그랬듯이 선진국은 지식재산과 산업기술을 보호하려 하고, 개도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을 따라잡으려 한다. 따라서 서로 양보를 하고 윈-윈 하는 협상 체계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이견을 좁혀 올해는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Q. 내년이면 파리협정이 발효된다. 계획이 궁금하다.

A. 올해는 신기후체제 출범으로 파리협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다. 그간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교토의정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파리협정은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국제사회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상향식 체제다. 따라서 각국은 올해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갱신하고, 2050년까지의 저탄소 발전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도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액을 2배로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파리협정 이행을 충실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까지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17개(감축, 적응 투명성, 시장, 재원, 기술 등 9개 분야) 이행규칙을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탄소시장 규칙 채택 불발로 16개 규칙에 대해서만 우선으로 규칙을 수립할 계획이다. 원래 기존의 탄소시장에 관한 타결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완성 목표로 재협상 될 예정이다.

특히 COP26에서 탄소시장 이행규칙 채택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활용될 국외 감축분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당사국이 파리협정 체제 아래 보고의무 체계를 조속히 구축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P4G 정상회의도 이 중 하나가 되겠다.

P4G 개념도 <자료참고=P4G 웹사이트>

포용성·혁신성·지속가능성 갖춘 ‘P4G’
“P4G, 파리협정 이행 이끌 디딤돌”

Q. P4G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유엔 기후체제는 정부 간 협의체로서 국제사회의 지향점과 각국의 정책·목표를 중점적으로 논의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의제는 어느 특정 국가, 정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과 덴마크 등 대륙별 중견국들은 2017년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출범했다.

P4G는 정부 중심의 유엔 기후체제를 보완하는 민·관 협력 플랫폼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함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행동 중심의 협력을 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부·기업·시민사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녹색성장을 이행하고,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술 이전 및 장비 지원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쉽게 말해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가르치거나 장비를 지원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에티오피아 빈곤 문제와 영양실조 해결을 위해 비스킷 영양 비율을 개선하고, 고단백·저당분 레시피를 만들어 보급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휴대전화 충전 시설 부족을 최대 문제로 판단, 한국계 태양광 충전기 제조 벤처기업이 케냐 지역 학교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Q. 제2차 P4G 정상회의가 오는 6월 한국에서 열린다. 의미는 무엇인가.

A. P4G 정상회의는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포용성·혁신성·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식량과 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등 5개 분야에서 녹색성장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환경산업의 발전과 해외 진출 판로를 개척한다.

나아가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디딤돌이 돼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관한 이정표를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는 중견국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환경→필환경’ 행동의 전환 이뤄야
“문제 인식과 실천 대중화 절실”

Q.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제는 정말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인식의 전환’이 아닌 ‘행동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탄소 감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여태까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었다면, 이제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다. 친환경 시대가 아닌 필환경 시대란 얘기다.

국제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더는 미래를 토의할 시간이 없다. 큰 그림은 이미 주어졌다. 지금 당장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누가 빨리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이번 P4G 정상회의를 통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두 기후위기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기를 바란다.

제2차 P4G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를 설명하는 유연철 대사 <사진=이채빈 기자>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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