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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가치를 드러내다’ 김호성의 극사실주의[서양화가 김중식이 만난 뻔FUN한 예술가 ⑱] 김호성 작가
Exterior 30S Oil on canvas 2015 김호성
화가 김호성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내면의 가치를 그리고 있다.

[환경일보] 작품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사과 혹은 과일이나 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물체들이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이 모티브들은 작가가 추구하는 외형적 아름다움에 대한 비판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로 발견돼 오랜 기간 작가와 함께 작업 돼 왔다. 그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외형적인 것,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힘든 삶을 살지라도 차는 좋은 것으로 타고 다녀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아니 상대방도 좋은 차를 타고 온 사람에게는 자신을 낮게 낮추는 모습을 보인다. 외형적인 모습이 이 사회에 가지는 영향력이다. 또 다른 문제로 ‘왕따’를 들 수 있다. ‘왕따는 왜 생긴 걸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한 아이의 남들과는 다른 외모, 혹은 불편한 외모 덕이 아니었나 싶다. 외모에 의해 판단되고 외모로 평가되고 외모로 존재가치가 결정되는 사회······. 현재 우리 사회가 아닌가 한다.

일그러짐
유리라는 매개체가 등장한다. 이 매개체는 예쁜 과일이나 꽃의 모양을 사정없이 일그러뜨리고 왜곡시킨다. 원래 가진 그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사과의 껍질을 깨물어 속살을 보다. 새빨간 정열적인 빛깔의 사과가 어찌 보면 싱거울 거 같은 속살을 지녔다. 외형적인 모습으로 봤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속살이 아닐까?

단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외모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속내, 다시 말해 성품과 마음, 의지, 열정 등 외부로 보이지 못하는 무언가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지을 더 큰 단서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Exterior 20S 60.6x60.6cm Oil on canvas 2016 김기태

B.C 2만년 경 원시인들은 동굴벽면에 짐승을 그려 놓고 창으로 찔렀다.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고 희망이었다. 지식수준이 낮았던 원시인들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림이란 것이 현대인들에게 주어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원시인들이 꿈꿔왔던 가상만큼 절실한 것인가? 가상과 현실의 기준점은 무엇이며 문명이라는 신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리얼리티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고 있는가? 어쩌면 풀리지 않을 이런 물음에도 리얼리티의 미술의 분야는 끊임없는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색감과 공간구성에 집중했던 김호성 작가가 지금과 같은 작품으로 변환된 시기는 10년 전쯤이다. 김호성에게 그전의 시간은 지금의 시간과 다르지 않다. 그 시절 순박한 색감들은 작가에게 습득의 과정이었으며 사물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부지런하고 유쾌한 그의 생활 내면에는 이전의 습득된 공간과 색감의 상호작용이 공존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리얼리즘이라는 분야로 들어서게 된다.

대부분의 작가가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인 형태의 작품에서 하나둘 허물을 벗듯이 간단명료함을 찾아간다면 김호성은 ‘풀어헤침’을 먼저 습득하고 지금의 형태인 리얼리즘으로 접어든 보기 드문 형태의 작가이다. 그것이 다른 리얼리티 작가들의 작품과는 달리 김호성 작품에서 보이는 어딘지 모를 시원한 공간 구성이라 하겠다.

그의 작품은 두말할 것도 없이 화면 위에 물감의 물질성을 혼합해 그리는 행위이며 그중에서도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형태의 기법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리얼리스트가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몇 년이고 같은 기법을 통해 작품을 창작해 낸다면 김호성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다양한 소재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작가 스스로 정해 놓은 기간이 있는 듯 보인다. 과일과 사과로 시작된 정물 형태의 작품들이 어느 순간 인물화로 전환이 되는가 싶더니 유리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물방울이 맺혀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변화하는 리얼리스트다. 많은 리얼리스트가 하나의 소재(더 작게는 하나의 물체 또는 물질)만을 반복적으로 그려 ‘○○을 그리는 작가하면 누구’라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호성에게는 그런 것을 대입하기가 쉽지 않다. 획일화돼 있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Exterior 130.3x130.3cm Oil on canvas 2017 김호성

극사실주의자들은 외형상 자신들의 생각과 해석,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리 앞에 그려져 있고 우리 옆에 서 있는 작품 자체의 현실성을 통해 사회에 대해 그 무엇을 말하려 한다. 그 무엇이란, 표현으로서의 한계점을 ‘재현’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새로운 리얼리즘 방법 등을 통해 다시 작품에서의 주제를 되살리며 일체의 일루전(illusion)을 배격,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 속 사소한 것들에 눈을 돌려 우리 앞에 서 있는 것들의 현실성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얽매이지 않는 리얼리스트는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추상적 정서적 감정을 모두 배제하고 사물의 표피만을 극사실화해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주고자 하는 것이 리얼리즘의 본질 아니었나? 리얼리즘은 그 오랜 시간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해 왔다. 종종 너무 기계적이어서, 또는 구시대적인 획일주의에 빠져 작가의 개성 상실과 기계 종속적인 입장을 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했으나 현재의 작가에게 이러한 염려는 이미지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편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김호성은 단지 사물을 정밀히 그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작가의 정신세계를 전달하기 위한 그림 그리는 기술(Technique)의 한 가지로써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terior 10P Oil on canvas 2019 김호성

우리가 김호성의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 인간이 관념이 아니라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한 그 어떤 미술도 물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질료의 조형적 승화든 정성의 표현이든 일단은 물질로부터 출발하되 김호성의 리얼리즘은 ‘물질의 차원을 고수하면서 비물질적인 감성을 내포하거나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작가는 작업하기 전 특정 공간에 하나의 현상을 만들고 그 현상을 카메라로 옮긴 뒤 인화된 사진을 바탕으로 작품을 해나간다. 현상과 본질은 서로 다른 대상에 대한 분류다. 현상은 표면 또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하는 대상이고 본질은 그 현상 아래에 숨어서 직접 만지거나 볼 수 없는 대상이다. 우리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들에는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숨어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고 또 하나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관찰을 통해 포착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통찰을 통해 얻어 낼 수밖에 없다. 현상이 없으면 본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고 본질이 없으면 현상이 유지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김호성 작품에 보이는 표면과 작가의 의도가 감위된 의도적 구성은 작품을 이해하데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주변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감상하고 있을까? 본질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면 때론 독선과 무지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현상과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는 기대를 망상이라 칭한다. 김호성의 작품 속 잘 그려진 사물들을 보면서 망상을 찾을 것인지 그 내면에 숨어 있는 작가의 본질을 찾아내는 수고를 감수할 것인지는 보는 이의 판단의 자유겠지만, 단순히 잘 그린 그림으로 치부하기 이전에 다 같이 생각해 봐야 문제가 아닐까?

Exterior 10P Oil on canvas 2019 김호성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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