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특집 특별기획
"2050 비전, 온실가스 배출제로시점과 함께 논의돼야"[2050 LEDS 기획⓶]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인터뷰

기존 에너지업계에 편향된 의사결정이 소극적인 감축목표 낳아
낮은 사회적 압력이 온실가스 배출 7억톤 돌파 야기
과학의 목소리는 확고··· “전 지구적 2050 넷제로(Net-zero) 달성해야”
2050 비전, 남은 탄소 예산 개념에 입각한 논의 필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사진=오동재 객원기자>

[환경일보] 오동재 객원기자 =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이미 예견된 거지만, 속도와 방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온실가스 배출 제로(zero) 논의가 필요하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 소장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1.5℃로 제한해야 한다는 과학의 목소리는 확고하다”며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을 바탕으로 2050 저탄소발전전략(LEDS)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위기 상황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2050 목표를 산정해야 한다”며 “목표 설정 이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장은 “이는 구조적 변화를 수반할 것”이라며 “크게는 농업·제조업·서비스산업의 비중 조정에서부터 좁게는 제철, 시멘트 산업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에 한재각 소장을 만나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평가와 2050 LEDS에 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한재각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 2017년 국내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 톤을 처음 넘겼다.

A :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과거 설정했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20년에 5억4300만톤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진작 꺾였어야할 배출량은 계속 증가 추세고, 지금 배출량은 2009년 전망했던 배출전망치(BAU)에 오히려 육박하고 있다. 감축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Q : 왜 그랬다고 보는가?

A : 감축목표의 설정만 있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가 없었다. 2009년 첫 감축목표를 발표한 뒤, 이듬해 발표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수의 대규모 석탄 화력 발전소 신규 건설 계획이 잡혔다.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7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압력과 감시가 약하면 청와대도 기존의 산업관료와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Q : 그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과정은 어땠나?

A :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규범성의 영역이다. 한국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지 얘기해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과정은 기존 에너지 계획들의 접근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에너지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에너지기본계획들은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감축목표도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 전망 하에 기술적·제도적 수단의 효율성만을 따져 현재 채택 가능한 것만을 토대로 계획을 수립했다. 결국 감축목표가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규범적 질문을 피하다보니, 배출제로나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Q : 정부가 현재 2050 LEDS를 만드는 중인데, 유념할 게 있다면?

A : 기존의 접근방식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현재의 산업구조 위에서 미래의 에너지 수요와 기술적인 잠재 감축량을 예측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여러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미래의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아 비현실적이다. 짧은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30년 뒤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더불어 현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얘기하기 이전에 탄소 예산에 비춰 현행 산업구조를 유지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사실 전 지구적인 2050년 비전에 대한 과학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2018년 발간됐던 IPCC 1.5℃ 특별보고서에서 제안했던 시나리오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 온도목표를 지키기 위해선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50년엔 배출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 0)를 달성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지금부터 매년 19%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린 과학이 얘기하는 탄소 예산을 바탕으로 2050년 달성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고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기존의 에너지집중적인 산업구조와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 시스템, 그리고 내연기관차 위주의 교통 체제를 유지할지 결정해야한다. 결정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기-중기 목표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Q : 한국이 배출할 수 있는 총량(탄소 예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건가?

A : 그렇다. 한국의 탄소 예산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배출해야하는 탄소 예산은 420Gt로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한국의 역사적 배출 책임, 1인당 배출량 그리고 역량 등을 고려하여 한국이 얼마나 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결정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탄소 예산에 따라 한국의 배출 제로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2050년을 기준으로 더 이른 시기에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될 수도 있다.

Q : 한국이 부담해야할 예산만 정하면 되는 것인가?

A : 한국의 배출 총량이 정해진다면 앞으로의 감축 경로도 정해야한다. 단순히 배출 제로를 달성할 시점만을 정하면 안 된다. 정해진 탄소 예산 속에서, 지금부터 배출 제로를 달성할 때까지의 경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감축이 이뤄지지 않다가 미래의 어느 순간부터 급격한 감축이 이뤄지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우리 세대가 누군가의 탄소 예산을 훔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탄소 예산을 세대가 공평히 분담할 수 있는 감축경로가 제시돼야한다.

Q : 위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2050 비전과 감축경로가 기존의 계획들과 배치될 수도 있을 텐데

A : 탄소 예산에 입각해 2050년의 비전과 감축경로를 설정하면 기존 계획들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5억3600만톤의 탄소를 배출하기로 한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3℃-4℃ 상승을 넘어갈 수도 있는 매우 불충분한 목표기 때문이다. 탄소 예산을 고려해 2050저탄소 비전을 수립하면, 2030년 감축목표보다 더 강화된 목표가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2030년 감축목표를 수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되면 2030년 이후 급격히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해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2030년 감축목표를 다시 수립해 강화하는 게 맞다.

Q : 위 과정들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A : 뭐가 정말 비현실적인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의 산업구조와 에너지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지했을 때 2050년엔 세상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과학이 얘기한다. 여전히 2050년에 내연기관차와 석탄화력발전소가 한국사회에 있는 게 현실적일까? 오히려 30년 뒤에도 그런 사회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게 비현실적일 수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참여연대/시민과학센터,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의 역할도 맡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에 관심을 갖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째 몸담고 있으며 기존 연구소의 연구 활동을 넘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운동을 지원하고 조직하는데 힘 쏟고 있다.

오동재 객원기자  ohdongdong@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동재 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대한건설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
[포토]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학술발표회 개최
[포토]최병암 산림청 차장,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준공식 참석
[포토] ‘제2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 개최
수원에서 첫 얼음 관측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