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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물복지,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동물원법 개정으로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해야

[환경일보] 야생동물을 가둬서 구경하는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길다. 가장 오래된 동물원은 기원전 3500년쯤 고대 이집트 수도에서 발견됐다. 이집트 귀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발견된 동물 뼈들은 지배계층의 권력을 상징했다.

로마제국은 동물과 동물, 동물과 사람이 싸우는 자극적인 쇼가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쇼를 볼 수 있는 콜로세움만 100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동물원은 단순힌 오락거리가 아니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동물을 포획해 로마까지 운송하는데 1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여기에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감안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근대 동물원 또한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심지어 20세기 초에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는 아프리카 피그미족을 동물원에 가둬놓고 구경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가둬두는 감옥이 아니다. 가둬놓는 것만으로 모자라 가혹하게 괴롭혀서 동물쇼를 하도록 강요하고, 인공포육으로 새끼를 생산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동물원을 아예 없애버리고 모든 동물을 야생으로 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단 지구에는 동물원에 있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돌아갈 자연이 없다.

또한 막상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해도,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에서 자란 동물들은 자연에서 살아갈 능력을 잃었다.

동물원에서 주는 먹이만 받아먹은 동물들은 먹이를 사냥하는 법, 천적을 피하는 법 등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동물원이라도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학대를 금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것조차 불가능하다. 동물원법이 있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이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

동물원법은 제정 당시부터 이해관계자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누더기로 변했다.

그 결과 동물원 허가제가 등록제로 무력화됐고 동물학대를 막거나 동물들에게 적합한 서식환경을 제공하는 등의 핵심조항이 모두 빠졌다.

특히 동물학대를 막을 근거가 빠졌다. 동물쇼를 시키기 위해서는 폭압적인 방법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동원된 동물들은 동물학대에 오랜 기간 노출된 상태다. 원안에서는 동물쇼를 금지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동물쇼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두들겨 맞아가며 훈련을 받고,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쇼를 펼치는 동물을 보고 박수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동물쇼는 대단히 비교육적이다.

유명무실한 동물원법은 유사동물원마저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위험한 게 ‘라쿤카페’ 등 동물카페인데, 동물의 분비물이 가득한 공간에서 음식을 먹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상 동물카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원의 범위인 10종이나 50개체 이상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동물복지는 엄청난 돈을 들여 동물들을 호강시켜주자는 게 아니다. 동물복지의 시작은 최소한 고통만은 주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원법 개정에 동물권은 빠진 채 인간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논의만 이뤄지는 상황에서 20대 국회 동물원법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편집부 기자  iskimbest@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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