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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쓰고 들어왔다가 웃으며 생활해요”수원시 청소수거대행업체 회장, 김홍기 거봉산업(주) 대표 인터뷰
김홍기 거봉산업(주) 대표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청소근로자는 이 사회의 청결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다. 일이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우리 생활에서 가깝고도 먼 곳에 그들이 있다. 현재 일하는 환경은 좀 나아졌을까.

환경부는 지난해 3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기존 야간과 새벽 수거에서 주간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내놨다. 후진하던 청소차량에 치이거나 적재함 덮개에 끼어 사망하는 등 지난 2015~2017년 발생한 총 18건의 사망사고 발생에 따른 조치다. 수원시도 올해부터 여기에 동참해 폐기물 수거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바뀌었다. 거봉산업(주)은 수원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중 하나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김홍기 대표는 13개 업체들로 구성된 대행업체 회장이기도 하다. 본지는 김 대표를 만나 새로이 진행되는 ‘주간근무제’에서부터 수집·운반대행업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Q. 청소수거대행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A. 지난 1986년 부친이 이 업을 시작했다. 고된 업종이었으나 가업으로 대를 잇고 싶다는 부친의 생각을 따라 대표를 맡은 지는 20여년 됐다. 수원시에는 과거 1980년대부터 이 업을 시작한 오래된 업체들이 여럿 있다. 우리도 그중 하나다. 현재 본사는 앞서 2015년에 신축하면서 사무공간과 현장 근무자들의 휴게공간 및 샤워시설 등이 갖춰져 깔끔한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Q. 거봉산업(주)에 대해 소개해달라

A. 우리는 운영진 3명을 포함한 총 43명의 임직원들로 꾸려져 있다. 40명의 직원은 차량운전기사와 수거업무를 하는 미화원들로 각각 구성된다. 최연장 직원이 올해 65세로, 60세 이상 근무자도 네 분이나 있다. 근속년수를 살펴보면 가족에 버금가는 임직원들의 끈끈한 관계를 실감할 수 있다. 3개월부터 28년까지 근속년수가 다양하다. 과거부터 지켜보니 업종 특성상 초반 몇 년을 적응하면서 만족스럽게 생활하면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더라.

초반에는 인상 쓰면서 일을 시작하다가도 웃으면서 생활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 그리 넉넉지 않지만 적잖은 급여로 신용불량자로 들어와 신용을 회복한 사례도 있었다. 만 60세로 정년이 있어도 우리는 건강만 유지된다면 70세까지도 임금 동결을 통해 촉탁직으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수거대행 업종이므로 보유한 차량이 중요 자산 중 하나인데 재활용, 생활쓰레기 소각용, 음식물 수거용으로 구성된 총 16대의 차량을 보유 중이다. 현재 두 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2010년 이후에 구입한 차량들이다. 구입 후 차량 유지·관리는 시에서 감가상각 비용을 보장해주고 연한에 따른 수리 비용도 책정돼 지급받아 운영한다.

거봉산업(주) 본사 차고지(차량에 금년부터 시행되는 주간근무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최용구 기자>

Q. 대행업체 협회장도 맡고 있는데

A. 협회는 시청과의 의견 조율 시 대행업체들의 단일화된 의견이 작용하는 데 있어 필요성을 가진다. 사실 과거에 협회 총무직 활동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다. 부회장직도 1년 정도 했다. 수원시 수거대행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이 대부분 연배가 높으시다. 50대 중반인 내가 현재 제일 막내이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총무일도 오래 해오게 됐고 다른 선배님들의 추천으로 회장직도 수행 중이다.

Q. 2020년부터 수거 시간이 변경되는데 문제는 없나

A. 환경부의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2019년 9월부터 수원시는 7개동(송죽·세류2·세류3·화서2·매탄3·영통1·영통2)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다. 사전에 시의회 의원들과 공무원, 시민, 협회 측과 의견 조율을 통해 이뤄진 부분이다.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홍보강화 및 휴식시간 조정 등의 보완점으로 파악된 요소들이 있다. 시에서 관련 대책이 마련되면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각종 미디어 및 현수막 등 현재 진행 중인 홍보활동 외에도 수거작업 시 일정한 동선에 따른 이동 시간이 있으므로 반복되다 보면 주민들에게 자연스레 인식이 심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초창기에는 적잖은 민원이 예상되나 곧 자리잡을 거라 본다. 시범운영을 통해 근무자들 대다수가 주간근무에 만족했다. 작업시간도 그리 지체되지 않았다. 우리 업체는 이번에 시범운영 대상은 아니었으나 그간 오랫동안 함께 해오면서 다양한 환경을 접해본 만큼 새로이 진행되는 제도에 쉽게 적응할 거라 생각한다.

청소근로자 안전교육 당시 <사진제공=거봉산업(주)>

Q. 시 13개 업체 평가가 매년 있다고 들었다

A. 그렇다. 주민 만족도, 평가단 현장평가, 실적서류 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3년마다 각 업체들의 수거 배당구역이 전환되는 시스템인데 평가순위에 따라 구역에 대한 선택권이 우선 부여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가 작용한다. 매년 평가결과가 좋은 우수업체에는 시에서 포상도 한다. 성적이 저조한 업체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운영 방침도 있겠으나 현재는 평가 점수로 환산하면 100점 만점에 모든 업체가 80점 이상으로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매년 평가결과에 대한 업체들의 의견을 시에서 듣는다.

올해는 현장평가서 반영되는 ‘폐기물 전량수거’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종량제봉투 외에 무단투기, 혼합배출 등에 대한 수거기준 세분화가 필요하단 얘기다. 기존 8년으로 규정된 ‘노후차량 산정기준’에 있어서도 예비차량을 포함한 비율에서 사용에 적정한 차량 대수로 조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수거단지 형태를 반영한 평가배점을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단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구역이 많은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주민만족도 및 수거 현장평가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다. 단독 거주지들이 밀집한 구역은 배출 시간과 장소가 제각각이라 어려움이 있다. 특히 비좁은 골목에는 5톤, 7톤 차량들이 진입을 못해 1톤 차량으로 들어가 수거하는 거점수거 방식을 쓰는 애로도 있다. 현재 업체별 구역 조정 체계도 이런 거주 요건을 어느 정도 반영했으나 정확히 배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에서도 이 점을 반영한 평가배점 조정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무단투기 및 불량배출에 대한 '수거거부 스티커 부착' 홍보를 진행중이다. <사진제공=거봉산업(주)>

Q. 수원시 청소수거대행업의 과거부터 현재를 되짚어 본다면

A. 많은 발전이 있었다. 도급 청소대행업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거의 준공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근로자들의 인건비나 경비 등이 모두 클린 페이(대금지급확인 시스템)를 통해 시와 공유 중이다. 운영방식은 이렇다. 우리가 매월 말에 인건비 관련 대금을 청구하면 시에서 검토 후 승인을 거쳐 직원들에게 급여가 지급되는 식이다. 올해 1월부터는 근로자 임금의 비목 단일화를 통해 ‘대행업체 임금표준안’도 마련돼 시행된다. 그만큼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안전에 대해서도 많은 진전을 이뤘다. 안전을 고려한 종량제 봉투배출 무게 제한 및 환경기초시설 내 미화원 쉼터 조성 등이 추진 중이다. 앞서 환경부 지침으로 청소차량 후방카메라 및 직접 제어 가능한 안전장비 설치도 완료됐다. 이만큼 개선된 데는 시의회와 공무원들, 수거업체 간 수많은 지적과 의견 조율을 거친 모두의 노력이 있었다.

과다포장 초과배출 사례(수원시 인계동 부근) <사진제공=수원시>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근로자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 안전이다. 수거차량 중 ‘압착진개차’라는 것이 있다. 수거물을 압착하는 기계인데 자칫 방심하면 목숨과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물이다. 점점 더 안전지침이 강화되고 있지만 그보다 근로자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거하는 입장에서 배출자인 시민들의 양심과 배려에 대한 협조도 부탁하고 싶다.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대표적 3D업종에 속하지만 우리에겐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을 배려해 위험물은 최대한 정리해 배출해 주고, 종량제 봉투에 과하게 덧붙이는 불량배출 등은 삼가야 한다. 이건 시의 재정과도 연결된다. 정해진 규격에 맞게 배출해 봉투 끈을 묶을 수 있을 정도가 배출 가격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시민들에 의해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입장이다. 따라서 주변 이웃과 시책에 보탬이 되는 사회환원적 활동도 구체적으로 나열하긴 부끄럽지만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끝으로 임직원의 근속년수로 보이다시피 그들은 나에겐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다. 타 업체도 마찬가지일 거다. 13개 업체 모두 각각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고 이행 중이다. 외부에서 보는 편견과는 사뭇 다른 그런 만족과 끈끈한 유대 속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우수평가업체 시상식 <사진제공=수원시>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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