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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살처분 민낯을 파헤치다죽을 권리조차 묵살하는 인간의 이기심···누구를 위한 최선인가
심각한 토양‧수질‧대기‧식물 오염 초래···“결국, 다시 우리의 몸으로”

[서울시청=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가축 전염병이 창궐할 경우 정부는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 ‘예방적 살처분’을 명령한다. 확진이나 의심 신고로 검사가 진행 중인 농장의 반경 3km 이내 모든 가축을 산채로 묻는다.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드림팟네트웍스가 주최하고 서울시청과 환경일보가 후원하는 ‘제2회 토크콘서트 共(공)을 이야기하다’가 최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렸다. 이번 토크콘서트의 주제는 ‘환경과의 공존‧공생‧공감, 예방적 살처분’이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 문선희 사진작가, 신재승 이씨엘 대표, 송시현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가 모여 동물 예방적 살처분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익수 대표는 “환경이 잘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패널로 참석한 모두는 한 목소리로 “잘 못 지내고 있다”면서 ‘매몰지’와 관련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가축 살처분

전국의 동물 살처분 매몰지 중 100곳에 대한 기록을 담은 ‘묻다’의 저자 문선희 사진작가는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문선희 작가 <사진=김봉운 기자>

그는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현장을 찾았을 때, 오리냄새는 분명 나는데 아무것도 없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소에 적힌 현장엔 비닐하우스만 있었다. 확인 차 내부에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물컹한 지면을 밟으면서 땅이 내려앉았다.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작가는 처음 방문한 오리 매몰지를 다시 찾기까지 몇 번을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다시 찾은 현장 지면에 하얀 꽃잎이 피어있어 “새로운 작물을 시도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재차, 삼차 방문했을 때, 오리시체로부터 올라오는 곰팡이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문선희 작가>

콩밭을 방문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돼지가 매몰된 현장을 찾았다. 할머니 한분이 콩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고 있더라.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말문을 열수 없었다. 농사를 지으려는 땅엔 돼지 뼈가 밭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면서 참혹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매몰지 위에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땐 어차피 돼지가 비료가 되고 거름이 될 거라는 생각에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자신의 밭에만 콩이 자라지 않아 1년간 고생이 날아갔다며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문 작가는 “땅에 묻은 돼지 사체는 토양에 질산화 성분의 공급을 증가시키는데 콩은 질산화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작물”이라며 “질산 과잉이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여나 땅에서 다른 작물이 생겼더라면 시장에 유통돼 일반 가정의 식재료로 사용됐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며 “할머니께 죄송하지만 차라리 땅에서 작물이 자라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또 “자본주의 사회 속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축 살처분이 너무나 간단하고 당연하게 진행된다”며 “환경과 동물에 미치는 손익계산을 해보면 경제가치 측면에서 보더라도 피해규모가 더 심하지만 단지 편의를 위해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고착화되는 추세”라며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이기심’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악순환 고리 끊어야

김익수 대표는 실제 현장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현장 근로자의 열악한 상황을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매몰지에서 신 대표는 누구나 기피하는 일을 수십년 째 묵묵히 하고 있다. 가축 매몰 매립 그리고 운반 및 수거를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현장의 궂은일을 전담한다”고 신재승 이씨엘 대표를 소개했다.

신재승 대표는 “우리의 매몰찬 선택이 또 다른 환경의 아픔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다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의견을 풀어놓으려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재승 대표 <사진=김봉운 기자>

신 대표는 “동물사체를 매장하면 동물은 ‘통조림화’가 된다. 수년을 묻혀있던 사체가 기간을 채우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데, 사체를 꺼내는 작업 중 VOCs(휘발성유기화합물)가 과하게 방출된다”고 말했다.

2010년 저장조에 집어넣은 돼지 사체를 10년 뒤인 올해 꺼낼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이씨엘>

이어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정도로 독한 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대개 오랜 시간동안 땅속에 매립된 사체를 다시 꺼내는 작업을 진행할 때 완전히 썩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덧붙였다.

탁상행정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현장과 발표되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3년이 지나면 매몰된 사체가 완전히 썩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땅속에 7~8년이 지나도 죽기 전 먹은 볏짚의 색도 변하지 않은 상태로 수거된다”면서 “정부 정책의 정당화를 위한 원론적인 발표와 현장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모든 작업현장에는 중장비가 투입될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사진제공=이씨엘>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숙성된 사체가 발견되는데, 이를 저장하고 있던 정화조는 토압에 눌려 파손된 상태로 함께 수거된다. 파손된 저장조에서는 부패된 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로 유입돼 수질오염까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또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전부 공개할 수 없는 게 아쉽다”면서 “공감을 통해 변화를 이끌고 싶지만, 모두가 공개된다면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작은 변화부터 시작돼 큰 변화가 이끌어질 때 까지 모두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편 감수하더라도 공감·공생·공존 위해 천천히 나아가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송시현 변호사는 살처분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송시현 변호사 <사진=김봉운 기자>

송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정책은 사람과 동물의 고통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생매장을 당하면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동물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에 “OIE(국제수역사무국)는 인간과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을 방안으로 컨테이너 박스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는 “밀폐된 공간에 가스를 주입하면 동물은 보다 빨리 질식하고 사람은 시각적 부담을 덜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소가스, 컨테이너박스 활용 등 보다 인도적인 방안이 제안되지만 정책결정자는 저비용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는 예방적 살처분이 너무나 쉽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축산농가 주변 500m 반경으로 살처분을 진행한다”며, “잠복기를 지켜본 후 역학관계를 파악하고 선재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이 발병하면 반경 3km 지역 축산농가에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된다”며, 상반된 국내외 정책을 비교했다.

또한, 살처분 정책과 제도의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송 변호사는 “무엇보다 동물이 받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움직임으로 “현장의 지침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수 대표 또한 “우리 사회가 효율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공감·공생·공존을 위해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김익수 대표(왼쪽) <사진=김봉운 기자>

여전히 많은 농가에선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 마다 예방적 살처분이 강행되고 있다. 땅이 회복되기도 전에 농사가 시작된다.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과 편리, 그리고 경제성의 가치가 우선인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올바른 지향점에 대해 고찰해봐야 할 시점이다.

성신제 작가 <사진=김봉운 기자>

한편, 이번 행사의 공동 제안자인 성신제 작가는 “앞으로 ‘세대’, ‘환경’, ‘남녀’, ‘동물’, ‘계층’, ‘나라’, ‘인종’, ’로봇’ 등 우리 시대 ‘공존 공생 공감’과 연관되는 여러 테마를 ‘토크콘서트 共(공)을 이야기하다’가 지속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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