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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알고 먹는 밥상 위 ‘기후변화’선조의 지혜가 담긴 ‘로컬푸드 운동’으로 장바구니 경제, 환경 사랑 실천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유인실 강북농수산물검사소장

[환경일보] 지난해 111년 만의 폭염을 경험해서인지 올해는 그럭저럭 여름이 견딜 만했다. 언제 더웠나 싶을 정도로 성큼 가을이 찾아온 걸 보면 불편한 기억을 지워가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생존과 직결되는 기후변화만큼은 기억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기후변화의 실제를 알면 알수록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대한 걱정, 아니 지금 당장 우리 앞에 펼쳐지는 위기가 걱정스럽다. 18세기 말 산업화 이후 자연적인 영향보다 인위적인 요인이 기후 변화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1970년과 2004년 사이 인위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이 약 70% 증가했다. 이중 이산화탄소 배출은 약 80% 증가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가 증가해 폭염과 집중호우, 물 부족, 사막화, 식량위협, 감염병 창궐, 국가 간 갈등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친 위기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우리나라 기후변화는 피부로도 느껴지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기후변화는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도 성큼 올라와 있다. 과거 식품을 구매할 때 유통기한과 첨가물, 영양성분, 원산지 등에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환경까지 고려해 줄 것을 희망한다. ‘먹거리에 웬 환경?’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외식과 배달음식, 패스트푸드 등 식문화 패턴의 변화는 물론 방송과 온라인 매체 발달로 이제 다양한 먹거리를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지만, 50~60년대만 해도 식량부족으로 외국에서 밀가루 지원까지 받았던 우리나라다. 1975년 통일벼가 개발, 보급되고 나서야 쌀의 식량자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주식인 쌀만해도 198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22.2kg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61.0kg으로 3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주식을 대체하는 빵, 면, 시리얼의 소비증가는 밀, 옥수수의 수입의존도를 99%까지 증가시켰다. 주식뿐인가. 1970년 1인당 5.2kg에 불과하던 육류소비량도 2011년 40.4kg으로 8배가량 증가함에 따라 가까이는 동남아로부터 멀리는 지구 반대편의 농수축산물이 우리의 식탁으로 옮겨졌다.

잔류농약 검사 모습 <사진제공=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이처럼 식문화, 소비패턴의 변화, 수입 다변화 등은 식품산업에서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안전성 확보의 시급성을 인식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10년 국가 프로젝트로 기후변화 대응 식품안전관리연구를 시작으로 식중독, 농약, 곰팡이 독소, 패독, 동물용의약품 등에 대한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 제도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도입, 시행되는 제도로는 PLS(Positive List System) 제도와 곰팡이독소 안전기준 확대, 강화를 꼽을 수 있다. PLS는 신종 농약이나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되었을 때 무조건 0.01mg/kg의 일률기준을 적용하는 보다 엄격한 제도로 수입, 미등록 농약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의미한다. 또 일부 곡류 등에 국한됐던 곰팡이독소 기준을 올해 5월부터 전 식물성 원료로 안전성 검사를 확대하는 등 원료의 안전성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올해부터 가락, 강서 공영도매시장과 경동시장에 설치된 농수산물검사소에 질량분석기를 기반으로 한 최신 분석시스템으로 유통·경매 농산물, 학교급식 등을 대상으로 더욱 강화된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천연 약재와 곡류 등 식물성 원료에 대한 곰팡이독소 검사도 확대,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시민이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적정량의 식품구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일회용 용기 줄이기 등등. 하나 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고려한 로컬푸드 운동을 소개할까 한다. 푸드마일리지는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이 처음으로 언급한 개념이다. 식품 수송거리가 멀면 연료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증가하고 환경오염에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가급적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로컬푸드)을 소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푸드 마일리지는 프랑스의 10배 가까운 수준이다. 제주산 감귤 5kg의 푸드마일리지가 약 3t.km인 반면, 필리핀산 바나나는 1624t.km, 미국산 오렌지는 5만5000t.km이니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입식품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로컬푸드 운동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선조의 지혜가 담긴 건조, 발효, 저장기술이 담긴 전통음식으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제철 농수산물이 풍성할 때 나물과 채소 말리기, 젓갈과 김치 담그기, 다양한 절임 반찬 만들기 등등. 장바구니 경제와 환경 사랑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인 셈이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보다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곧 김장철이다. 우리 가족 일 년 식탁을 지켜줄 김장김치. 올해도 ‘가족사랑’과 ‘환경사랑’을 담아 신나게 김장 한판 벌여야겠다.

<글 / 유인실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장>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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