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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자세히 봐야, 오래 봐야 멋지다 동사리
10월 선정기사, 서울대학교 설성검 학생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설성검 학생 =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볼 때,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한다. 첫인상은 잘 바뀌지 않는 데다, 그 이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외모를 꾸미고 안 좋은 성격을 감추는 등, 그 사람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런 우리의 눈에 동사리의 첫인상은 어떻게 보일까. 하천에서 조금은 흔히 발견되는 이 물고기는 작고 퉁명스러워 보이는 눈, 얼룩덜룩하고 거친 피부, 큼직한 입속에 촘촘히 돋은 이빨, 튀어나온 아래턱과 두꺼운 입술 등 험악한 외모가 인상적이다. 사람을 봐도 숨지도 않고 강바닥에 드러누워서는, 사람이 제법 가까이 다가오면 그제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게으름도 겸비했다. 느릿한 움직임과 달리 실제 성격은 고약해 영역에 침범한 물고기를 무자비하게 물어뜯곤 한다. 험상궂은 외모에 게을러 보이는 행태, 무자비한 성격으로 좋은 첫인상을 남기긴 힘들 것이다.

동사리와 그 친척들은 험악한 외모가 인상적이다. 사진은 얼룩동사리 성어의 모습 <사진=설성검 학생>

동사리속Odontobutis에 속하는 동사리와 그 친척들은 동아시아의 하천에 분포한다. 이들은 험악한 인상과 길고 원통형인 몸통, 부채 같은 가슴지느러미, 두 개의 등지느러미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촌뻘인 망둑어와 비슷하게 생긴 셈인데, 배지느러미에 빨판이 없다는 점에서 망둑어와 다르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어류이며, 살아있는 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육식성 어류로, 식탐이 매우 강하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동사리속 어종 중 3종이 서식하며, 이들은 멍텅구리, 붕뭉치, 뚜구리, 심지어 아예 다른 종Gobiobotia macrocephala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꾸구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세 종은 크기가 10~20㎝ 정도로 비슷하고 생김새도 서로 비슷하지만, 각각의 종이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셋 중 한 종은 아주 좁은 구역에 아주 적은 수가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질적으로 두 종의 동사리를 만나볼 수 있다.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 동사리와는 아예 다른 종이다. 본 기자의 다른 기사인 '내 눈을 바라봐! 꾸구리의 이야기'에서 꾸구리의 사연을 볼 수 있다. <사진=설성검 학생>

동사리Odontobutis platycephala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동해안 소하천들을 제외한 모든 하천의 중·상류에 서식한다. 주로 바닥에 자갈이 깔려 있고 물이 천천히 흐르는 곳에서 출현하지만, 의외로 물살이 빠른 곳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물가의 수풀 속에서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하고, 등에는 큰 타원형이나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무늬들이 있다.

얼룩동사리Odontobutis interrupta
동사리와 마찬가지로 한국 고유종이며, 본래는 금강 이북의 서해로 흐르는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종이었으나 최근에는 다른 하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환경에서 출현하는 종으로, 주요 서식지인 하천 중·하류의 정수역 뿐만 아니라 농수로, 저수지, 도심하천, 심지어는 계곡 가장자리의 모래가 깔린 지대에서도 발견된다. 등의 무늬들이 끊어져 있는 데다 머리에도 무늬가 있어서 이름처럼 얼룩덜룩해 보이며, 머리도 납작하지 않다.

등의 무늬가 끊어져 있는 얼룩동사리. 친척들보다 더욱 얼룩덜룩해 보인다 <사진=설성검 학생>

남방동사리Odontobutis obscura
일본 서남부에서 발견되는 등 외국에도 서식하는 종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위 두 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들다. 오로지 거제도의 산양천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서식한다는 사실도 비교적 최근인 1999년에 확인되었다. 서식 범위가 매우 좁고, 거제도와 일본 서남부의 하천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의 근거가 되는 등 지사학地史學적으로도 중요한 어종이라 현재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다른 동사리에 비해 비교적 몸 색깔이 어두우며 등에는 리본 모양의 무늬가 있다.

한국의 서식하는 3종의 동사리의 등 무늬 비교. 왼쪽부터 순서대로 동사리, 얼룩동사리, 남방동사리이다. <자료=설성검 학생>

전술했듯, 동사리는 못생기고 험악한 외모에 그에 못지않은 성격을 가진 데다, 게으르고 우둔해 보이는 행동까지 겹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켜보면, 다양한 매력을 지닌 물고기임을 알 수 있다.

우선, 동사리는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 산소 부족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수질 변화 및 환경 오염에도 강하며,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서 대부분의 하천에서 문제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사육환경에서도 잘 죽지 않고 키우기 쉽다.
사냥 실력도 매우 뛰어나다. 큰 입 덕에 깜짝 놀랄 만큼 큰 먹이도 사냥할 수 있으며, 안으로 굽은 날카로운 이빨 덕에 잡은 먹이는 놓치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느리다 못해 움직이는 모습조차 보기 힘들지만, 먹이를 잡는 순간만큼은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훌륭한 사냥꾼이다.
게다가 동사리는 몸 색깔의 밝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흙과 몸 색깔이 비슷하고 피부 질감이 거칠며 얼룩무늬가 있어서 주위 환경과 매우 비슷한 색으로 위장할 수 있다. 영리하기까지 한 덕분에 동사리는 먹잇감과 자기 자신보다 더 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데 능하다. 실제 동사리를 관찰해보면 다채로운 색 변화를 보여주며 먹이 적응도 빠르고 제법 영리한 물고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라미를 잡아먹는 동사리. 동사리는 매우 뛰어난 사냥 실력을 지니고 있다 <사진=설성검 학생>

이러한 특징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덕에 동사리는 많은 하천에서 주요 포식자로 군림한다. 다른 포식자들이 없는 하천에서도 동사리만큼은 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드물게 최상위 포식자 구실을 하기도 한다.

동사리는 자식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봄이 무르익는 5월 무렵, 암컷이 알을 낳고 돌 아래에 붙이면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알을 돌보는데,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지느러미를 흔들어 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기도 하고, 알을 노리는 적들을 쫓아내며, 감당할 수 없는 강적이 나타나도 도망가지 않고 알을 지킨다. 알이 부화한 후에도,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수컷은 자식들을 돌본다.

정리하자면 굼뜨고 게을러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동사리는 강인하고 영리한 포식자이며, 험악한 인상과 성격과는 달리 자기 자식만큼은 지극하게 챙기는 아버지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첫인상에 매력적인 본모습이 가려진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극진한 부성애를 보여주는데도 잔인한 물고기란 오해를 받고, 사람을 잘 알아보고 다양한 발색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음에도 못생겼다는 이유로 관상어로서의 인기도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영리함을 지녔음에도 ‘멍텅구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산다.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첫인상은 우리를 편견에 가두고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들게 할 수도 있다.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한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리고 동사리는 이 말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오랜 기간 탐어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흔하다는 이유로 무시했던 동사리의 매력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동사리도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첫인상에, 외모나 겉으로 보이는 일부의 모습으로 그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반성하게 된다. 대자연 속의 동사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 작지 않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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