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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골프장, 신도시…산황산이 위험하다
9월 선정기사, 이화여자대학교 서희주 학생
산황산 자연과 주민 모두를 위협하는 골프장 증설…3기 신도시 새 도로 관통, 길인가 흉인가?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산황산 일대 전경. 시냇물 위로 새하얀 백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서희주 학생>

[그린기자단] 서희주 학생 = 하얀 뭉게구름이 드리운 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주위를 빙 둘러선 완만한 산등성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 한적한 풍경 속에서 쇠백로가 그림처럼 새하얀 날개를 펼치며 날아와 시냇물 위로 내려앉는다.

위와 같은 풍경이 아파트와 자동차로 가득한 도시 한가운데서 펼쳐진다면 믿겠는가? 고양시의 중심에 위치한 산황산 일대, 그곳에 가면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실제로 펼쳐진다.

고양시의 얼마 남지 않은 자연녹지, 산황산

고양시 풍동, 주교동, 식사동, 마두동, 백석동 한가운데 위치한 산황산은 크기는 작지만 고양시의 얼마 남지 않은 자연녹지로써 도시 숲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콘크리트 빌딩, 자동차 매연, 미세먼지로 가득찬 도시에서 꿋꿋이 버티며, 동식물에게는 깨끗한 삶의 터전을 주민들에게는 편안한 쉼터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산황산에 닥친 위기…주민과 자연 모두를 위협하는 산황동 골프장 증설

이러한 산황산이 골프장 증설로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산황산 근처에서 기존 9홀로 운영 중이던 골프장 사업자 측이 규모를 18홀로 증설하겠다며 고양시에 산황산 부지 용도 변경 제안서를 제출했고, 2014년 고양시에서 이를 승인한 것이다.

이를 안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고, 골프장 백지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벌써 몇 년째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골프장이 증설될 경우 산황산 자연과 지역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산이 깎여나가 자연녹지가 파괴되면 그곳에 움튼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짐은 물론이고, 나무가 베어지면 나무에서 떨어져 쌓인 낙엽이 담당하던 자연적인 댐 기능조차 없어지고 만다. 언제 지하수가 범람해 홍수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자연녹지를 없애고 심은 골프장 잔디 위에는 농약을 필수적으로 뿌려야 한다. 문제는 골프장 증설 부지에서 150만 주민이 마실 물을 공급하는 고양 정수장까지의 거리가 채 300m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장에 사용된 농약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정수장 물을 오염시킬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산황동에는 농가가 대부분인데, 골프장 농약은 농민들에게 있어서도 큰 골칫거리다.

농작물에 사용하는 농약과 종류가 다른 골프장 농약이 바람에 실려 농작물에 닿게 되면, 로컬 푸드 심사에서 탈락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잔디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에도 역시 문제가 있다. 2008년 9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선 후에도 지하수를 빼가는 바람에 복분자 열매가 익지 않고 말라버리는 등 산황산이 건조해졌고, 그 영향으로 습지가 없어져 양서류 개체 수가 감소했다.

그런데 18홀로 증설해 지하수 사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되면, 농가에 필요한 물조차 부족해질 수 있어 농민들의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

65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서희주 학생>

게다가 이곳에는 이성계의 명을 받아 무학대사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650년이 넘은 전설의 느티나무가 존재한다. 생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이 나무도 지하수가 부족해지면 말라버릴 위험이 높다.

산황동 골프장의 모습. 잔디 관리를 위해서는 지하수와 농약 사용이 필수적이다. <사진=서희주 학생>

이렇듯 산황동 골프장 증설이 인근 주민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함에도, 2018년 7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환경부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에 골프장 백지화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은 사업자가 제작한 환경영향평가서는 허위와 부실로 점철되어 있으며, 한강유역환경청의 협의 내용도 협의를 위한 협의일 뿐 시민 피해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게다가 과거 골프장 증설 허가 과정에서 고양시 공무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입건되는 등 행정 절차상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고양시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는 이미 상실된 상태이다.

골프장 증설을 막기 위해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고양시장의 직권 취소를 요구해오고 있으나, 2019년 6월3일 고양시는 직권으로 폐지하기 위한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산황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데 최근 산황동 골프장 증설 사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기 신도시의 자동차전용도로가 산황동 골프장 증설 부지를 일부 관통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를 놓고 골프장 증설이 전면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나아가 골프장 증설이 무산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에는 도로 건설로 인해 산황산이 몸살을 앓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시 주민들에게는 생태 복지를 누릴 권리를 보장하고, 도시 건설로 쫓겨난 생물들에게는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하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바로 산황산을 영구녹지화해 보전하는 것이다. 산황산이 자아내는 아름답고도 한적한 풍경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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