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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병도 생기는 전원마을?’
주민 피해 외면하는 경산시 탁상행정
소음, 폐수, 날림먼지, 쓰레기, 불법소각 등으로 마을 전체 몸살
사업 허가 과정에 위조문서 끼워 넣어··· 사전신고 조건도 어겨
공사 전(위)과 후(아래) 비교 <사진제공=유창마을>

[경산=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신한리 유창 전원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인근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기존에 들어선 공장과 새로 짓고 있는 사업장 때문에 각종 소음과 폐수, 쓰레기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행정당국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경산시가 새로운 공장 허가를 또 내주려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산시청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는 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또 다른 공장 허가를 강행하고 있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소음, 먼지, 폐수 등 관리 안 돼

경산시는 올해 6월 와촌면 신한리에 거주지에서 38m 떨어진 지역에 야산을 밀고 석재공장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한다.

마을 주민 이모씨는 “계속되는 난개발로 다양한 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주민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주민피해 요인을 상세히 요약해 시청에 찾아가도 주민들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상황에 지쳐 간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씨는 “10년 전부터 뒷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회색 물(폐수)과 밤이면 공장에서 불법소각, 비산먼지, 10톤 이상 대형차들이 도로를 질주해 생활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넣었지만 시청에서 현장을 방문해 조사한 것은 10년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석재공장에서 흐르는 폐수로 인해 마을 인근 도랑은 온통 시멘트가 흐르고 있었다. 아울러 근처 식물은 대부분 녹색 잎이 아닌 회색 잎을 띄고 있었다. <사진=김봉운 기자>

아울러 그는 “이마저도 마을에서 실태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이 들어오면 공장을 먼저 찾아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마을에 와서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민원을 통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관계자는 “시에서 어떻게 작은 공장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감독을 할 수 있겠는가, 인원과 시간이 부족하다”며 예산과 인력 탓만 하고 있다.

공장 인근 쓰레기를 무단으로 야적(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및 폐기물을 불법으로 소각한 흔적. <사진=김봉운 기자>

‘법 모르는 주민이라고 무시’ 주장

석재공장 인허가 과정에서 경산시청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경산시청이 주민 피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주민 박모씨는 “거주 지역 인근 38m 떨어진 산에 나무를 깎고 좋은 흙(마사토)을 무분별하게 걷어 내면서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먼지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는 상황임에도 경산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시청직원들은 어떠한 공지도 없어 피해는 온전히 주민들의 몫”이라며 “시청을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법을 잘 모르는 주민이라고 무시하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마을로 이어지는 입구와 인근지역(경산 갓바위, 불굴사)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이에 경산시청 관계자는 “민원 발생 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시청 계장과 면사무소 직원이 동행해 두 차례에 걸쳐 유창마을을 방문해 공청회를 진행하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취재진이 만난 지역주민들은 아무도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공청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조차 만날 수 없었다.

유창마을 피해대책위 대표는 “공청회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이 서류상 공청회를 진행한 것으로 절차를 밟았다면 지역주민들은 공청회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허위서류 내밀며 법적 문제 없다?

경산시청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유창마을 공장 허가는 행정 절차상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다. 서류상 완벽한 상황임에도 주민들이 인허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정보공개를 통해 요구한 자료에서 명백한 허위 서류가 섞여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주민 피해방지와 관련해 사업주의 각서를 경산시청 공무원들이 임의로 작성해 끼워 넣은 후 구색을 갖추려 했지만 각서에는 이름과 서명이 빠진 날조된 문서였다.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시행사의 각서, 서명도 하지 않은 날조된 허위문서(왼쪽), 특정 공사 사전 신고 증명서 <자료제공=유창마을주민대책위>

또한, ‘특정 공사 사전신고 증명서’에서는 작업시간을 오후 3시까지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취재진이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에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작업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거주민의 양해를 구하고 촬영한 사진에는 38m 떨어진 현장에서 방진벽 없이 진행돼 공사 먼지와 소음이 고스란히 마을로 유입되고 있다. 또한 서류에 명시한 어떤 사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김봉운 기자>

공사 전 약속 전혀 안 지켜져

저소음 기계사용, 소음 진동 규제 준수, 방음 방진벽 설치, 건설기계 사용 시간 준수 등 어떠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사실도 현장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와 관련 당시(8월21일) 경산시청 관계자는 “방진벽 설치 등 공사 중 주민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8월 말까지 시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4일 현재 공사장 주변에는 방진벽이 설치된 상황이다.

하지만 산을 깎고 나무를 베는 공사 초기단계에서 소음·분진·악취 등으로 주민들은 매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을 주민 박모씨는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 와서 방진벽을 설치한다고 생색을 내는데 누굴 위한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역주민들은 각종 쓰레기와 소음, 폐수, 날림먼지 등으로 완치됐던 병도 다시 발병할 만큼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산시는 법적인 절차를 모두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산시 주장처럼 적법한 절차를 밟아 공장 허가를 내줬다면, 어째서 건설과정이나 이후 운영과정에서 폐수 무단배출, 불법소각 등이 계속되는 것일까? 신뢰를 잃은 경산시의 갑갑한 행정 속에 주민들의 피해만 커져가고 있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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