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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
어디로 갔나, 우리네 우렁 각시 우렁이
6월 선정기사, 서울대학교 설성검 학생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기자단] 설성검 학생 = 전래 동화 「우렁 각시」에는 우렁이가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온 우리에게 우렁이는 가깝고 친숙한 이름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도 몇 번쯤은 우렁이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는 우렁이는 「우렁 각시」에 나오는 토종 우렁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리 땅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우렁이들이 머나먼 곳에서 온 이주자, 왕우렁이이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남미가 원산지인 왕우렁이Pomacea canaliculata 는 고설목 사과우렁이과에 속하는 종으로, 논우렁이보다 크기가 커서 왕우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둥근 생김새에, 암수가 따로 있으며, 물 밖에 분홍색 알을 낳아 번식하는 것이 왕우렁이의 특징이다.

왕우렁이, 왕우렁이 알 <사진=권순호 학생>

처음에는 식용 목적으로 수입되었으나, 왕성한 먹성으로 잡초를 갉아먹는 특성을 이용해 우렁이 농법의 주인공으로 각광받았고, 전국의 논에 보급되었다. 그러나 외부로 유출된 왕우렁이들 중 일부가 겨울을 버티는 데 성공했고, 매년 3000개에 달하는 알을 낳을 정도로 뛰어난 번식력을 앞세워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지금은 전국의 하천, 논, 연못,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왕우렁이의 분홍색 알 덩어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렁이 농법이 보급되면서 제초제 사용이 줄고 환경오염 또한 줄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왕우렁이의 왕성한 먹성과 막강한 번식력 때문에, 오히려 농사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왕우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생태계교란 위해종으로 분류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미국,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한 우렁 각시들은 어디로 간 걸까?

강가 연못에서 발견된 우렁이의 일종 <사진= 설성검 학생>

우렁이는 고설목 논우렁이과에 속하는 종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들 중 논우렁이Cipangopaludina chinensis 의 아종들과, 강우렁이Sinotaia quadrata , 큰논우렁이Cipangopaludina japonica 등이 분포하며, 이들을 보통 토종 우렁이라고 부른다.

얼핏 봤을 때의 생김새는 왕우렁이와 비슷하지만, 패각(껍데기)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패각의 입구가 왕우렁이보다 작고, 패각의 나선 구조가 왕우렁이보다 훨씬 높아 쐐기형을 띄기 때문이다. 패각 끝부분의 각도를 통해서도 구분할 수 있는데, 왕우렁이는 각도가 90°보다 큰 반면, 우렁이는 각도가 90°보다 작다.

왕우렁이. 패각 끝부분의 각도가 90°보다 커 형태가 둥근 편(왼쪽), 우렁이. 패각 끝부분의 각도가 90°보다 작아 상대적으로 뾰족하다. <사진=설성검 학생>

우렁이는 왕우렁이와 생태적으로도 크게 다르다. 수백개의 알을 낳는 왕우렁이와 달리, 우렁이는 수십 마리의 새끼를 난태생으로 낳는다. 멀쩡한 풀까지 먹어치울 정도로 왕성한 먹성을 보이는 왕우렁이와 달리, 토종 우렁이는 바닥의 유기물이나 시들어 흐늘거리는 풀을 주로 먹는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한때는 전래동화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흔했던 우리 우렁이들은, 하천 오염, 농약 및 제초제 사용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크게 줄었고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귀하신 몸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인위적으로 왕우렁이가 투입되었다. 얼마 안남은 토종 우렁이가 왕우렁이의 먹성과 번식력을 이겨내기란 역부족이어서, 이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토종 우렁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왕우렁이가 가득 들어차 있는 형편이다.

우리 땅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토종 우렁이를 사라지게 한 것은 결국 환경오염이었다. 인식 변화와 각고의 노력으로 환경오염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왕우렁이가 차지하는 바람에 토종 우렁이는 우리 삶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배스와 블루길의 예에서 보듯이 지금처럼 왕우렁이가 번성한다면 생태계 교란은 물론 어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제 다시 우리 땅에 토종 우렁이가 돌아와야만 한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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