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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달 기획특집]
선박 황산화물 초강력 규제에 한국만 '무대책' 한숨?
전 세계 모든 항로 통행 선박 연료 황 함유량 3.5%→0.5%
대부분 초기비용 필요 없는 저유황유 사용 선택, 수급 대책 시급
출항 중인 선박 <사진출처=IMO 홈페이지>

[환경일보] 심영범 기자 = 국제해사기구(IMO)가 전 세계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황산화물 규제 시행이 채 7개월도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내 선사들은 저유황유 사용방식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1일부터 전 세계 모든 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대상으로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러한 배출규제 강화는 대기오염 및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다.

국내외 주요해운 선사들의 대응전략 <자료출처=KMI 동향분석 107호>

현재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은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안, LNG연료 선박을 도입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저유황유 사용은 엔진개조가 필요 없어 초기 비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유황유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배출규제 강화가 시작되는 2020년 이후 유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갈수록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음으로 탈황장치 설치 방식은 기존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고 황산화물,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으나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고 설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LNG연료 선박은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이지만 선박을 새로 건조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걸림돌이다. 더불어 LNG 충전설비 등의 인프라 부족, LNG 가격전망의 불확실성, 메탄가스 배출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의 선박배출가스에 의한 조기사망자 수 비교 <자료출처=KMI 동향분석 35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해 10월 한국선주협회를 통해 국내 선사 61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황산화물 규제 대응현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해운업계의 약 70%가 초기 비용 투자가 없는 저유황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의 경우에도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스크러버 설치 방식이 유지비용이 높고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환경보호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스크러버 설치 방식을 택했다. 이에 120여척의 자사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방침이다.

프랑스의 CMA, CGM 사는 기본적으로 저유황유 방식을 채택했으나 기존 20척 이상의 일부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15척의 LNG 연료 추진선박 도입 계획을 밝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국내 해운업계가 저유황유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가격 급등 시 경영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황산화물 규제 강화가 반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정부차원에서 저유황유의 안정적 공급방안 마련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 비중 <자료출처=KMI 동향분석 35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선사, 정유사, 관련 협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 민관 협력 관계 강화해야

IMO가 선박의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대기오염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가 심각하지만, 선박으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

지난 4월15일 LW 컨벤션에서 개최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경사연 연구기관 합동 심포지움’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 안용성 연구원은 “항만의 대기오염불질 배출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항만 및 선박 활동으로 인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초미세먼지,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항만 및 인근 지역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항만의 대기환경 감독‧관리 의무 등의 명확한 법적인 근거 규정이 미비하고 배출저감, 오염 방지‧관리를 위한 정책 및 사하업의 본격 추진을 위한 예산 및 재원 부족, 정책 기초자료가 미비해 관련 사업의 추진 및 성과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안 연구원은 “항만 배출‧오염 이동‧영향 기초자료 생산‧확보 및 통합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항만 배출 저감‧오염 방지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예산 및 재원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부처-기관별 항만 대기환경 관리‧감독 업무, 권한 및 경계 법규 명확화, 항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 협의‧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이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 및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부 주도의 자발적 민관 협력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동북아 또는 아세안 지역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항만‧해운 분야 지역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선사들은 저유황유 사용만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저유황유 사용 증가로 인한 고유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정부, 뚜렷한 대책 없어

해양수산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친환경 설비 개량 이차보전 사업’ 공모 결과 황산화물 저감장치(이하 스크러버)는 16개 선사 113척, 선박 평형수 처리설비(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는 12개 선사 55척이 최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최근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에 ‘IMO 2020’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듣고자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명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 김광용 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NG 벙커링 핵심기술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부서에서 관공선 중심의 LNG 추진선 발주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LNG 관련 기반 및 대책 마련 등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본지는 ‘IMO 2020’과 관련 LNG 관련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자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역시 뚜렷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 관계자는 “국내 천연가스 거래와 수급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IMO 2020’ 및 LNG 추진선 관련 정책은 권한 밖이라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어서 이야기할 게 없다. 선박 배출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해상에서 관련 내용이라 해수부 쪽에서 답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IMO 2020’과 관련해 정부와 민간의 뚜렷한 방안과 실천이 오리무중이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협약을 국내 사정을 이유로 무작정 연기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IMO2020 준수를 위해 남은 시간은 갈수록 줄고 있다.

컨테이너선박 1척과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비교 <자료출처=2017년 6월 KMI 동향 분석 35호>

환경일보는 최근 정부의 입장 이외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1년도 남지 않은 IMO 2020에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MO 2020’ 시행 대비책으로 국내 국적선사들의 약 70%가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한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앞으로의 전망은?

저유황유는 지금도 필요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선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문제는 ‘IMO 2020’ 시행 시 저유황유 비용의 상승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규제에 따르는 페널티가 더 크기 때문에 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그런 점에 대비해 미리 선사들과 정부가 같이 고민해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황장치(스크러버)가 설치된 국적선사는 거의 없다. 규제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탈황장치 장착은 불가능한가?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는 데 있어 고려할 점이 많다. 선박의 크기와 종류, 운송계약 등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할 점이 많다. 더불어 운항 중인 선박들의 경우 중간에 탈황장치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대부분 선사들이 탈황장치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상당히 부담을 느낀다. 또한 선박마다 남아있는 잔존 운항을 기간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10년을 운항한 선박과 20년 운항한 선박을 비교해 설명하지면 10년 운항한 선박은 탈황장치를 고려해 볼 수 있으나 20년동안 운항한 선박은 저유황유 사용을 하다가 폐선하는게 경제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개발원은 정부에 관련 대책을 요청하고 국적선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선사들이 아직까지 IMO 2020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IMO 2020 규제를 앞두고 국적 선사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친환경 설비 설치를 위한 대출액의 2%에 해당하는 이자를 보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으로 선사들 입장에서는 이자 지원만으로는 탈황장치를 설치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일단 지원을 받는 대상을 보면 모든 선박이 적용되기 힘들고 재원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WTO 문제도 있고 국내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원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대다수 국내 선사들이 고유황유 사용에 주안점을 둔 만큼 정유업계 등과의 협력이 시급해 보인다.

물론이다. 과거에는 국내 선사들이 IMO 2020에 대비해 저유황유 사용과 탈황장치 장착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와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IMO 2020에 대한 동향 분석을 하면서 대다수의 국내 선사들이 저유황유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하게 수립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 보면 기존 선박설비에서 추가적인 투자 없이 제품을 생산해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설비를 할 경우 그들도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또 다른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저유황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유사, 선사 등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저유황유 공급 방안을 위해 정부와 선사들이 머리를 맞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IMO 2020이 시행되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저유황유의 공급문제와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수급문제에서 가격이 상승하면 선사들은 당장 회사 경영에 직격탄을 맞는다.

선사 경영에 있어 인건비, 연료비 부담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그래서 정부가 정유사와 해운업계 사이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잘 중재해야 한다.

현재 IMO 2020과 관련해 정부가 모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검토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사와 정유사, 정부가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인식은 함께 가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해양수산부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

기업들이 선박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유황유 사용을 늘리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자칫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선사와 정유업체, 해수부와 산업부의 협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심영범 기자  syb@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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