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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의 떡갈나무 혁명]
에코시스템과 전체론 사이에서
녹색운동의 세기적 논쟁, 근본파와 현실파의 갈림길
신승철 작가

[환경일보]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1962년 『침묵의 봄』(2002, 에코리브르)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에코시스템(Ecosystem), 즉 생태계의 기본구상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사실상 자연, 인간, 사물, 생명이 신진대사를 이루어 서로 화학물질, 유전자, 분자, 미생물 등을 교환하는 생태계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50그루 나무가, 따로 떨어진 가로수 100그루보다 더 항상성이 강할 것이라는 은유로도 표현된다. 나무가 서로 연결되어 숲을 이루면 그 안에서 벌레, 미생물, 새, 동물, 버섯 등의 시너지효과가 생긴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산림, 하천, 갯벌 등이 주는 생태계서비스는 자원의 최적이용을 목표한 인류문명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주고 있으며, 오히려 최적 보존되어야 할 사실상 인류문명이 유지될 수 있는 판과 구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환경관리주의에서는 계량적이고 가시적인 양적 척도로서의 환경이라는 핵심변수에 따르는데 비해, 생태주의는 다양성, 관여성, 창발성, 순환성을 통해 생태계가 항상성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흔히 자연만이 생태계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연, 인간, 사회 등의 신진대사도 모두 생태계를 이룬다. 이 점에서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가 말한 자연생태학, 정신생태학, 사회생태학이라는 『세 가지 생태학』(2003, 동문선)이라는 구상 역시도 레이첼 카슨의 에코시스템에 대한 확장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정신생태학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녹색운동 진영은 50년 동안 세기적인 논쟁을 벌여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물질, 유전자, 미생물의 신진대사를 말하는 생태계를 말할 때 지극히 유물론적이고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데, 마음의 차원은 근본적이고 심층적이며 관념론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신생태학의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노르웨이 생태학자 얀 네스(Arn Naess)의 근본생태주의, 즉 심층생태학에서부터였다. 이 근본생태주의는 전체를 응시하는 마음과 생활양식의 변화, 문명의 전환 등을 주장한다. 즉, 광역적 대문자 자아(Self)로서의 전일적인 관계망 아래에 자아(self)가 위치하며 자신의 마음은 바로 전체론(holism)적인 관계망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불교생태학에서 주장하는 ‘전체 연결망을 응시하는 마음’, ‘자아는 무(無)이며 공(空)이라는 깨달음’이라는 구도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근본생태주의에서 주장하는 마음의 구도는 지극히 관념론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신생태학의 성립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에코시스템과 전체론, 현실파와 근본파, 제도주의와 자연주의, 유물론과 관념론, 합리주의와 생태영성 사이의 간극은 역사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론적인 차이로 인해 무수한 논쟁을 촉발하였다.

이러한 에코시스템과 전체론의 차이는 녹색당에서 근본파와 현실파의 노선으로 나타났다. 먼저 전체론에 기반한 근본파는 녹색낭만주의 혹은 근본생태주의로 불리며, 내적 자연으로서의 마음과 욕망, 영성적이고 직관적인 행동에 대한 호소, 깨어있는 의식적인 사람들을 주체성으로 드러내 보인다. 반면 에코시스템에 기반한 현실파의 경우 녹색합리주의라고 불리며, 복잡성과 탄력성을 가진 자연에 대한 이성적인 사회의 상호연관, 사회진보와 집단과 사회구조 내 합리성에 호소한다. 근본파와 현실파의 철학적 차이는 분명하다.

근본파의 경우, 자연과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인간중심주의에서 생명중심주의로의 이행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현실파는 인간의 생존주의(=프로메테우스주의)의 확장으로서의 자연과 생명의 보호와 보존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본파의 생명권, 문명의 전환, 풀뿌리(Grass roots), 살림, 생태적 지혜 등과, 현실파의 협치, 에너지전환, 동물복지, 지속가능한 발전은 그 방법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동시에 근본파는 지극히 비합리주의적이라고 치부되었던 직관과 영성, 통찰에 기반하는 데 반해, 현실파는 이성과 합리성, 비판의식에 기반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독일녹색당의 경우 근본파에서 현실파로의 급격한 이행이 1980년 지브뤼켄 강령과 2002년 베를린 강령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녹색당에서는 80~90년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녹색’을 주장하는 근본파 베슈타르진영과 ‘적녹연정’을 주장하면서 원전을 찬성했던 현실파 라롱드진영의 격렬한 논쟁과 분열이 있었다. 그렇다고 에코시스템과 전체론의 근본적인 사상적인 차이는 결코 연결될 수 없는 분열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프랑스 녹색당의 창당멤버였던 펠릭스 가타리는 정신생태학의 ‘생태적 지혜’(ecosophy)와 ‘주체성 생산’(the production of subjectivity)의 과제, 사회생태학의 사회변혁과 배치(agencement)와 관계망의 과제, 자연생태학의 ‘자연과 인간의 신진대사’의 문제를 통합하는 ‘세 가지 생태학’의 구도를 보여주면서 근본파와 현실파의 분열을 가로지르고 횡단하는 생태주의의 메타모델을 보여주었다. 이는 녹색구성주의 전통으로 현실파를 최소테제로 하고, 근본파를 최대테제로 하는 과정적이고 진행형적인 실천양상으로도 표현된다. 즉, 생태주의자들은 현실에서 유능하고 전략에서 앞서나가야 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칙이 던지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민감성과 대면성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에코시스템과 전체론, 물질과 정신 사이를 끊임없이 횡단하고 가로지르고 통섭하는 실천이 바로 ‘그 일을 해낼 사람을 만드는 것’, 주체성 생산의 몫인 셈인 것이다. 에코시스템과 전체론 사이를 넘나들며 녹색운동은 성숙해 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래된 꿈과 현재의 열망사이의 무늬와 결의 교직을 느끼게 된다.

▷작가 약력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생태적지혜연구소》를 만들어 전환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탐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누가 방안의 코끼리를 꺼낼까?』(2019), 『탄소자본주의』(2018),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2016),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2014),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2013) 등이 있다.

편집부  press@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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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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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가 2019-06-24 12:44:55

    세상엔 이렇게 한심한 글을 쓰는 한심한 인간이 있구나...참 어이 없네. 말은 주저리주저리 의미란 1도 없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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