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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되고 근거도 없는 황당한 불산 괴담

인체에 아무런 피해 없이 소변 등에 섞여 배출돼

장기간 노출 독성 자료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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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화학회 이덕환 회장

불산 누출 사고의 후유증이 거세다. 주민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주민들의 입장에서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었다. 사고 직후 정부, 언론, 국민은 모두 사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린 것은 추석연휴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후부터였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사고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민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수습에 들어갔지만 인터넷에서는 정체불명의 괴담으로 불안감이 가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산(플루오린화수소)은 스치기만 해도 살과 뼈가 썩어버린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괴담이다. 불산이 피부에 침투해서 괴사가 일어날 수 있고 불산 용액에 뼈를 넣으면 녹아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사고 현장의 작업자들처럼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겪고 있는 증세는 피부, 호흡기, 눈에 자극성 염증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불소(플루오린)가 쉽게 분해되지 않고 20년 이상 환경에 남아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더 황당하다. 원소 상태인 불소는 더 이상 분해될 수가 없다. 그러나 반응성이 큰 불소는 석회질(칼슘)이나 모래(규산)와 단단하게 결합해서 화학적으로 안정화되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흙이나 물속에는 불소 이온을 안정화시켜주는 성분이 잔뜩 들어있다. 더욱이 가스 상태로 누출된 탓에 사고 주변의 토양이나 물에서 휘발성이 큰 불산을 검출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불산이 암을 일으키고 기형아 출산이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불산은 우리 몸속에 있는 칼슘 이온과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조직 속의 칼슘 이온이 너무 줄어들면 신경전달과 세포의 생리작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칼슘 이온과 결합해서 만들어진 불화칼슘은 인체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소변 등에 섞여서 배출되어 버린다.

 

이번 사고는 관리 부실이 만들어낸 끔찍하고 부끄러운 인재(人災)였다. 사고 이후의 대응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사고 직후에 물 대신 소석회(수산화칼슘)를 뿌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황당한 것이다. 가스 상태로 누출된 불산에 물을 뿌린 것은 심리적으로 위안이 될 수는 있었겠지만 안개처럼 퍼진 불산을 제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석회도 물에 녹아있을 경우에만 불소와 화학적으로 반응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소석회에 의한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불산의 독성에 대한 과장된 정보도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독성 자료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불산에 노출되는 경우를 분석한 것이다. 그런 자료는 이번 사고의 경우처럼 일회성으로 노출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불소의 화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무작정 위험하다고 우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불산이 낯설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불소는 산소, 규소 등에 이어 지구상에서 13번째로 흔하게 존재하는 원소다. 대부분의 불소는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단단하게 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자외선을 쪼이면 푸른색으로 빛나는 형석(螢石)이 바로 불화칼슘이 뭉쳐진 것이다. 불소는 바닷물 1속에도 1.3정도가 녹아있고 우리의 뼈와 이빨에도 3g 정도가 들어있다. 그런 불소를 지나치게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불소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불소로 만든 의약품도 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의 응급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무의미한 것이다. 사실 가스 상태로 누출된 이번 사고의 경우에는 주민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 불산을 물에 녹인 수용액을 쏟은 경우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사고 이후의 대응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매뉴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평상복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작업자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불산이 터져 나올 수 있도록 만든 탱크로리의 구조도 황당했다. 결국 이번 사고는 관리 부실이 만들어낸 끔찍하고 부끄러운 인재(人災)였다.

박종원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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