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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대박? 나쁜 고용만 늘었다”

10월 취업자 수가 50만 명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두고 ‘고용대박’이라고 표현했다가 여당 의원에게조차 욕을 얻어먹었다. 실제로 고용 현황에 대한 분석결과를 보면 청년실업은 그대로이고 정년퇴직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고령층의 소규모 창업만 늘었다. <편집자 주>

 

실업.

▲고용이 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의 소규모

 창업과 택시운전과 같은 불안정한 고용만 늘어났다.

10월 고용동향 발표 결과가 화제다. 올 들어 9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0월에는 50만명 이상 크게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실업률은 경기 침체 여파로 개선되고 있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9%로 통상적인 완전고용 수준인 3% 미만으로 하락했다. 실업률이 2.9%를 기록한 것은 2002년 11월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연말까지 편의점 2만개 돌파

 

이 같은 최근의 고용 증가하는 경기변동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고용은 통상적으로 경기가 저점을 지난 8분기 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곤 했는데, 지금은 경기저점을 통과 한지 10분기째 고용이 계속 늘고 있다.

 

주요 산업 가운데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지난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와 생산이 크게 늘어난 제조업 부문은 그동안 전체 고용 확대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재정위기 확대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와 이에 따른 수출 위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고 있는 것도 수출 제조업 부문의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은 추세적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추석으로 조업일 수가 줄면서 9월에는 다소 주춤했으나 최근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고령노동 증가

 

그림 1.

▲고용 증가는 대부분 서비스업이 주도하고 있다.

<자료=LG경제연구원>

서비스업 고용은 10월 들어 55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서도 도소매업, 운수업의 신규취업자가 20만명 증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은 기존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그 외 금융업이나 부동산 등 사업서비스업 역시 그동안의 추세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형태별로는 자영업자가 10만명 증가한 것이 대표적 자영업종인 도소매업, 운수업의 신규 취업자 수 증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도소매업의 경우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도소매업 취업자 수 자체는 계속 늘고 있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로 흡수되지 않는 인력이 소규모 유통업체로 흘러들어 가거나 창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규모 도소매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2010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된 ‘유통산업 발전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시행에 따라 대형 슈퍼마켓의 신규 출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SSM 업체들의 평균 신규 출점은 2009년 월평균 18개에 달했으나 2011년에는 매월 8개로 감소했다. 이 법안의 효과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창업 기회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편의점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국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신규 점포수는 매년 천 개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는 3천여 개의 신규점포가 생길 것으로 예상돼 전국 편의점은 2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층 퇴직자들이 소규모 창업이나 택시운전

 등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자료=LG경제연구원>


은퇴 시기에 직면한 베이비붐 세대의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 또한 하나의 특징인데, 이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선책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저부가 서비스업 부문 확대의 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년퇴직 이후 길어진 수명과 부족한 은퇴 준비 때문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50대 이상 구직자들은 늘고 있지만 고령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인 준비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 부문이 이들을 흡수하고 있다.

 

그에 따라 고용인원이 5인 미만인 영세 도소매 자영업자들이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운수업종은 지난 10년 동안 60세 이상의 택시 운전사는 4배, 70세 이상은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모든 산업에 걸쳐 고용원으로 일하는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2000년대 초반에 60%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점차 높아져 올해 8월에는 그 비율이 70%에 달하고 있어 고용의 질마저 악화되고 있다.

 

20대 정규직 비율 하락

 

20대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청년층의 고용률이 최근 높아진 것 또한 하나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20대 고용률은 지난 7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청년 구직자들이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구하고자 졸업을 미루는 등 자발적인 실업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함에 따라 일단 소득 창출을 위해 당장 취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30세 미만 청년들의 법인 창업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내년에는 정책적으로 올해보다 2배 늘어난 4165억원의 예산이 청년 창업에 지원될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질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20대 취업자의 정규직 비율은 8월 기준 68%로 과거보다 개선되지 않았고 2010년에 비해 2%p 정도 하락했다. 그리고 그 감소분을 비정규직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들

 

노인.

▲퇴직 이후 소규모 창업을 선택하지만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고용 확대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제조업 부문의 투자와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내수가 부진해지면 지금과 같은 고용 증가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호조를 보이는 취업자 증가 대부분은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 운수업, 월 36시간 미만 근로자 등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의 질 또한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일자리는 경기가 둔화할 때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부채 비율이 높아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경우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노동시장에서 흡수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2003년 ‘카드대란’이라는 신용 충격이 발생하면서 폐업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때문에 고용이 악화되면서 실물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지난 2010년 실시한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자영업자들은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중이 106%로 집계되어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나 경기 충격이 발생할 때 이들이 파산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들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긴요해 보인다.

 

<자료=LG경제연구원·정리=김경태 기자>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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